"다음주면 고비" 꽉 막힌 물류에 광주·전남 피해 속출(종합)
시멘트 생산 차질, 레미콘 신규 출하 사실상 '0'
자재 수급 비상에 건설현장 '공사 중단' 현실화
금호타이어 원재료 '바닥'…제조업계마다 '촉각'
정부-화물연대 2차 협상도 파행…전망 '먹구름'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30일 광주 광산구 한 레미콘 업체에 시멘트 수급 차질로 운행을 멈춘 레미콘 차량과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가 서 있다. 2022.11.30.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이 일주일째 계속되면서 광주·전남 물류대란이 고비를 맞고 있다.
화물연대의 '안전 운임제 유지·확대' 요구에 정부가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이라는 강수를 두면서 2차 협상마저 결렬, 지역 산업계 전반에 짙은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30일 광주시·전남도 등에 따르면, 지역 소재 레미콘 업체 119곳(광주 7곳·전남 112곳)은 이번주 생산량은 사실상 '0'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원료가 되는 시멘트 수급이 파업 직전과 비교해 급감한 탓이다.
전날 정부가 BCT(벌크 시멘트 트레일러) 운송사·종사 노동자를 대상으로 '업무 개시 명령'을 내렸지만 국내 주요 시멘트 생산시설 별 출하량은 평시 대비 10% 안팎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전남도 내 시멘트 제조시설 5곳도 최근 출하량이 전무하다. 광주의 경우 강원·전남 등지에 위치한 시멘트 생산시설에서 하루 평균 5000t을 들여오지만 지난 28일 이후 수급이 끊겼다.
레미콘 업체 별로 기존 생산 보유물량에 차이는 있지만, 시멘트 수급난에 출하를 멈추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지역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시멘트 자체가 들어오지 않으니 각 사업장 모두 신규 생산 출하는 멈췄다고 보면 된다. 소수의 레미콘 차량이 파업 전 기존 생산량만 나르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마저도 다음주면 레미콘 생산량이 완전 소진될 것으로 시·도는 전망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30일 광주 광산구 한 레미콘 업체에 시멘트 수급 차질로 운행을 멈춘 레미콘 차량들이 서 있다. 2022.11.30. [email protected]
시멘트·레미콘 수급난 여파는 지역 건설 현장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골조를 세우는 건설 주요 공정에 쓰이는 콘크리트가 제때 공급되지 않다보니 대부분 '공사 중단'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지역 건설사 관계자는 "비축 자재로 공사를 진행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다음주면 대부분 건설 현장이 멈춰설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 이날 광주 도심 한 아파트 신축현장은 콘크리트 타설 공정이 전면 중단됐다.
지역 주요 제조사업장인 금호타이어도 미리 확보한 원·부재료가 바닥나는 이번 주말부터는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 공급망인 물류센터, 전남 광양항과 부산항으로 향하는 수출용 타이어 출고는 피해가 이미 현실화됐다.
금호타이어는 광주·곡성 공장 2곳에서 하루에 타이어 8만여 개를 생산하고 있다. 타이어 출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각 대리점과 유통업자, 완성차 업계 등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30일 오전 광주 서구 기아 오토랜드 광주2공장에서 완성차들이 물류창고로 향하고 있다. 기아측은 카캐리아 운송 파업에 따라 대체 인력을 구해 완성차를 옮기고 있다. [email protected]
기아 오토랜드(기아차) 광주공장은 차량 탁송차(카 캐리어) 운송 거부에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한 고육책을 꺼냈다. 지난 25일 오전부터 출고 완성차를 순차적으로 평동·전남 장성 출하장으로 개별 운송하고 있다.
일 평균 생산량 2000여 대씩 매일 출하장으로 탁송할 계획이지만 도로 사정에 따라 매일 출하 차량 대수는 일정치 않다. 기아차 측은 이날까지 8000여 대를 '로드 탁송'한 것으로 잠정 추산하고 있다. 확보 또는 협의 중인 임시 야적장 적치 가능 물량(1만 5000여 대)의 절반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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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석유화학업체들도 파업 장기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유소에 정유제품을 공급하는 한 제조사는 파업으로 인한 수급 차질에 대비해 사전 출하량을 최대한 늘렸다. 정상적인 출하는 어려우나 화물연대와 협의 등을 거쳐 긴급 물량으로 하루 60~70대를 동원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개별 주유소에서 공급 민원 등은 없으나 간신히 버티는 수준이다. 어느 산업 현장이나 마찬가지로 파업이 장기화되면 수급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류 공급 운송 차질이 본격화하면 주유소마다 품절 대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항만 컨테이너 물류도 일주일째 멈췄다.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광양항 터미널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8TEU(20피트 규격 컨테이너 1대분)에 불과했다.
지난달 기준 같은 시간대 반출입량이 3402TEU인 것과 비교하면 0.23%에 불과하다. 목포항은 일일 컨테이너 평균 반출입량인 211.6TEU을 밑돈다.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컨테이너 168TEU가 오고 갔다.
항만에서 반출하지 못한 컨테이너 화물이 쌓여있는 비율(장치율)은 광양항 61.6%, 목포항 5.9%다.
현재까지는 두 항만 장치율이 평시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지만 광양항은 파업 장기화로 장치율이 80%를 넘기면 선적·환적 차질이 불가피하다.
파업 직전 화주·운송사가 긴급 또는 장기 적체 예상 수출·입 물량 선적을 항만에서 빼냈지만 항만업계는 다음주를 중대 고비로 보고 있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민주노총 화물연대 광주본부가 총파업 일주일째인 30일 오후 광주 광산구 대한송유관공사 전남지사 앞에서 결의 대회를 열고 있다. 2022.11.30. [email protected]
반면 파업 철회 전망은 밝지 않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2차 협상에 나섰으나 소득 없이 종료됐다.
화물연대는 줄곧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3년 연장·품목 확대 금지'안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으로 노·정 관계는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화물연대 광주본부는 이날 광주 대한송유관공사 전남지사 앞에서 결의대회에서 "정부는 법과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난 6월 총파업 철회 당시 합의조차 이행하지 않았다. 화물노동자를 박대·겁박해 물류대란을 야기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2004년 관련 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내려진 업무개시명령에 대해선 "악법"으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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