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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연 "투자·실행력 갖춰야 자살률 낮춰…국민적 관심 필요"

등록 2023.04.14 11:30:00수정 2023.04.14 12: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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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인터뷰

"복지부만으론 한계…범정부 대응해야"


[서울=뉴시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사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재단 이사장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제공) 2023.04.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사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재단 이사장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제공) 2023.04.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사회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을 해왔는지 냉철히 봐야한다. 충분한 재원이 투입되지 않으면 자살률은 낮아지지 않는다."

지난 13일 뉴시스가 만난 황태연 한국생명존중재단이사장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2021년에는 1만335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인 자살률은 26.0명을 기록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27년까지 자살률을 30% 낮춰 18.2명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살, 선택 같지만 내몰리는 것…생애주기별 대책 세워야"

그간 정부는 4차례의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세웠지만 자살률은 기존 30%대에서 2012년 20%대로 감소한 이후 10년째 대동소이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

특히 황 이사장은 "70대 이상 자살률은 조금 감소하는데 비해 젊은 연령층의 자살이 늘어나는 게 굉장히 심각하게 여겨지는 사안"이라며 "코로나19가 생기면서 정신 건강에 대한 위험이 늘고 학교도 안 가다 보니 10대의 정신 건강도 안 좋아졌다. 또 여성의 자살이 늘어나는 게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젊은 층 자살 증가 배경에 대해 그는 "1인 가구가 늘고 가족 중심 안전망이 얕아지면서 주거 문제, 경제 문제가 청년에게 집중되고, 여성은 직장이나 사회에서 성적인 희롱과 같은 스트레스 요인이 있다"며 "이런 부분을 본다면 자살은 본인이 선택하는 것 같지만 자살로 내몰리는 상황이 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황 이사장은 "자살은 사회, 경제, 환경적 요인과 직접적으로 연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 연령층의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개입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사장 (사진=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제공) 2023.04.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사장 (사진=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제공) 2023.04.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자살 대책, 복지부 혼자선 안 돼…실행력이 성과 판가름"

황 이사장은 이번 자살예방기본계획에 대해 필요한 부분에 적절한 대책이 포함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자살 시도자들의 핫라인 역할을 하는 '1393'은 현재 응대율이 60% 수준에 불과한데 이를 9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지자체 인력 확보, 자살 관련 정보 공유 등의 방안도 포함돼있다.

단 그는 "기본계획에 따라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서 실행하면 2027년까지 자살률을 30% 줄일 수도 있는데 예산이 투입되지 않으면 자살률은 낮아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황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봤다.

그는 "범정부적으로, 사회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노력을 했느냐를 냉철히 봐야 하는데 계획들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실행까지 이르렀느냐(는 의문)"며 "이번 5개년 계획도 계획은 좋은데 구체적으로 실행이 이뤄져야 하고 펀드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황 이사장은 "교통사고 사망자가 과거에 1만3000명대에서 3000명대까지 줄었는데 지금은 사망자 수가 수천명대에서 1만3000명대까지 늘었다"며 "그러면 교통사고 사망을 줄이기 위해 투입했던 규모만큼의 예산을 자살 예방에도 투입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복지부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구성 주장이 나오는 것도 여기에 있다. 투자와 실행에 따라 5년 후 이 계획에 대한 성과가 어떻게 될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 정부는 14일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하고 2027년까지 자살률을 30% 떨어뜨리기 위해 자살예방 및 사후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료=보건복지부 제공) 2023.04.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정부는 14일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하고 2027년까지 자살률을 30% 떨어뜨리기 위해 자살예방 및 사후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료=보건복지부 제공) 2023.04.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은 퍼스트레이디가 생명지킴이…전 국민 홍보·교육 필요"

재단은 자살 생각을 갖고 있는 단계에서부터 개입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고, 학교, 군대, 소방, 경찰 등 다양한 곳에서 자살 시도자를 발굴하고 구하기 위한 '생명 지킴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교육을 받은 사람만 500만 명이 넘는다.

단 황 이사장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백악관에서 퍼스트레이디가 생명 지킴이 교육을 직접 받고 수료증을 들고 국민들에게 교육을 권유한다"며 "우리도 영향력 있는 분들이 생명 지킴이 교육을 받고 사회운동화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권고 사항인 생명 지킴이 교육을 필수교육으로 지정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황 이사장은 자살유해물질이나 정보를 차단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번개탄이나 농약 등과 같이 빈번하게 사용되는 수단들을 관리하겠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땜질처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황 이사장은 "WHO(세계보건기구)도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중재법에 자살 수단에 대한 적극적 차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중요한 건 자살 유발 정보를 어떻게 차단하느냐인데 SNS와 같은 곳에서 계속 범람을 하고 있어서 플랫폼에서 차단하는 조치들을 최근에 많이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자극적인 내용이 나오는 영상물이나 자살, 극단적 선택과 같은 표현 등을 개선하는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황 이사장은 "우리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생명 지킴이 돼준다면 우리 사회도 공동체 정신을 회복해서 자살률이 떨어지고 희망과 미래를 가질 수 있다"며 "전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꼭 당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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