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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전세사기, 빚더미 삶…그런데 피해자 아니다?[초점]

등록 2023.05.12 09:16:48수정 2023.05.12 09: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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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청년·신혼부부 "한 달 이자만 수백만원"

이미 경매 받은 피해자에게 지원센터는 '그림의 떡'

HUG "셀프낙찰자, 피해확인서 발급 대상 아니다"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수원시 어느 골목길.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다세대주택이 이곳에 있다. 2023.05.12. iamb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수원시 어느 골목길.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다세대주택이 이곳에 있다. 2023.05.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결혼을 앞두고 전세사기를 당하면서 갑자기 생긴 빚 때문에 이자만 수백만원씩 내는 상황이에요. 쫓겨나게 생겨서 방어입찰 받았는데, 집을 소유해서 피해 확인서도 못 받는다니 말이 됩니까?"

11일 뉴시스 보도로 처음 알려진 수원 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A(48)씨는 12일 "피해를 입은 이웃 대부분이 신혼부부나 청년들이다. 사기꾼들 때문에 우리의 삶이 송두리째 망가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상을 앗아간 전세사기

결혼을 준비하던 A씨는 2021년 11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2020년 4월 1억7000만원에 전세로 들어온 권선구 권선동 다세대주택이 경매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이사 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이웃의 이야기를 듣고 확인했을 때는 이미 건물 소유주 김모씨가 법원에 파산신고를 하고, 건물 강제경매 개시 결정이 내려진 상태였다.

5층짜리 다세대주택 12세대 중 월세로 입주한 1세대를 제외한 11세대가 전세금(세대당 1억5500만~2억원)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피해가 막대하지만 지원은 전무했다.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변호사를 선임하고, 경찰에 고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건물주 김씨는 매제인 안모씨에게 속아 명의를 빌려준 것일 뿐,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실소유주로 알려진 안씨를 수배 중이다.

A씨는 "피의자를 잡는다고 해도 사실 보상 받기 어렵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그 나쁜놈들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다"면서 "잠적한 김씨와 통화했을 때 '나도 피해자'라며 우는 시늉까지 하더라. 진짜 울고 싶은 건 피해자들"이라며 분노했다.

지난해 11~12월 경매에서 A씨를 포함한 6세대가 '방어입찰'을 통해 집주인이 됐다. 거리에 나앉을 수 없기에 택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낙찰에 실패한 5세대는 전세금을 받지 못한 채 집을 비웠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결혼식을 치른 A씨는 여전히 그 집에 살고 있지만, 4억에 가까운 빚더미에 앉았다. "기존의 전세대출에 경매 낙찰 금액까지 대출받았다. 한 달 이자만 200만원이 넘으니 사는 게 막막하다"라고 호소했다.

같은 건물에 사는 B(32·여)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B씨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경매로 낙찰받았다. 솔직히 청년들이 아파트 분양 받고 싶지 누가 이런 빌라를 사고 싶겠나"라고 하소연했다.

"부동산에서 계약을 진행하면서 등기부등본이나 서류를 확인했지만 문제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부동산이나 계약 부분에 대해 무지했던 것 같아 더 확인할 걸 후회가 남는다. 빚은 빚대로 생기고, 곧 전세대출금을 일시상환해야 하는데 걱정"이라고도 했다.

피해를 입은 것은 이 건물 입주민들뿐 아니다. 세류동(21세대), 우만동(20세대)에도 주인이 같은 건물이 2채 더 있다. 권선동과 세류동 건물은 김씨, 우만동 건물은 김씨와 안씨 공동명의다.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시민들이 피해 상담을 받고 있다. 2023.05.04. iamb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시민들이 피해 상담을 받고 있다. 2023.05.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달려간 전세피해지원센터는 '그림의 떡'

최근 '전세피해지원센터'가 생겼다는 소식에 기대하고 찾아간 피해자들에게 지원 대책은 '그림의 떡'이었다. 지원을 받기 위한 '피해확인서' 발급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주 피해확인서를 받으러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한 B씨는 "발급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B씨는 "전세사기에 대해 물어볼 곳 하나 없다가 피해지원센터가 생겼다는 걸 보고 기대하면서 왔는데 헛걸음이 됐다"면서 "빚을 갚아달라는 게 아니라 대출 이자라도 줄일 수 있게 전환대출을 알아보려고 한 건데 그것도 어렵다고 한다"며 막막해했다.

"정부의 대책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만 나오고, 이미 피해가 발생했거나 우리처럼 낙찰 받은 경우는 도움을 못 받는다는데 이게 말이 되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지원을 기대했던 A씨도 실망하기는 마찬가지다. A씨는 "전세 대출 만기일자가 도래하면 전세금을 은행에서 회수해야 하는데, 은행에 물어보니 회수 안 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유예나 전환대출 같은 제도가 나오면 모를까 지금은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우리도 피해자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평범한 시민들인데 이런 일을 당한 것"이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을 텐데 억지로 받은 낙찰이 발목을 잡았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 관계자는 "경매로 집을 낙찰받은 상태면 집을 갖고 있는 것이라서 확인서 발급대상에서 제외된다"며 "특별법 제정이 확정된 게 아니어서 현 상황에서 도움을 주긴 어렵다"고 했다.

피해 확인서 발급 업무를 담당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관계자는 "이른바 셀프 낙찰자는 현재 지원하는 주거·대출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피해 확인서를 발급할 수 없는 것"이라며 "특별법에 관련 내용이 담기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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