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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중증장애인은 어떻게 살까…"나와 보니 우물 안 개구리였다"[르포]

등록 2023.07.25 07:00:00수정 2023.07.25 09: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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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소재 장애인 지원주택 방문

주거 공간 외 돌봄 및 생활 등 밀착 지원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서울 구로구 소재 장애인 지원주택. 2023.06.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서울 구로구 소재 장애인 지원주택. 2023.06.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지난 6월17일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의 도움으로 방문한 서울 구로구 소재 한 빌라. 겉보기엔 여느 빌라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이곳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지원주택이다.

이 곳 5층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 허혁씨의 집 내부도 문턱이 달린 여닫이식 문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 그 자체였다.

장애인 지원주택 사업은 스스로 안정적인 독립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주거서비스가 결합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 장애인의 지역 통합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탈시설 관련 사업이다.

구체적으로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주거 공간을 확보하면 사회복지사 등이 주거 및 생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곳은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이 서울시로부터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다.

허씨는 19살에 교통사고를 당해 과거 기준으로 지체장애 2급, 현재 기준으로 심한 장애 등급을 받았다. 혼자서는 거동을 할 수 없고 목소리가 약하고 발음이 어눌해 처음 들으면 말소리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기자를 만난 허씨는 가장 먼저 자신의 사고 이야기를 꺼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중앙선을 침범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머리를 크게 다쳤는데, 뇌가 머리 뼈 밖으로 튀어 나와 '골빈놈'이 됐다며 농담을 던지고는 옆에 있던 여자 친구 김점자씨와 함께 웃어보였다.

허씨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 약 30년을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살다가 시설에서 만난 김씨의 권유, 탈시설 지원주택 참관, 기존 시설에서의 불합리한 처우 등의 이유로 2020년부터 탈시설을 시작했다.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중증장애인 허혁씨 방에 걸려있는 액자 문구. 2023.06.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중증장애인 허혁씨 방에 걸려있는 액자 문구. 2023.06.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스스로 거동을 하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인 허씨가 시설이 아닌 일반 주거시설에서 생활이 가능한 건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 인력이 옆에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장애인활동지원사 2명이 3~4일 간격으로 교대하며 허씨의 목욕, 배변, 식사, 자세 보조, 이동 등을 돕는다. 장애인활동지원사가 퇴근을 하면 사회복지사 등이 돌봄 공백을 채운다.

임소랑 프리웰 팀장은 "그냥 지역에서 산다면 24시간 지원을 못 받을 수도 있는데, 지원주택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저희 직원이 직접 지원을 하거나 추가 고용에 따른 급여를 제공하는 등 지원 방식을 찾는다"고 말했다.

문턱을 없애고 여닫이식 문을 미닫이식 문으로 바꾸는 건 수리가 필요한 일이었다. 임 팀장은 "처음에는 이 주택도 이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입주할 사람에 맞춰 고친 것"이라며 "입주자 본인에게 부담이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SH나 후원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집수리와 같은 경우 의무가 정해져있거나 예산이 책정된 게 없어서 기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거 공간이 주어졌다고 해서 탈시설을 통한 안착이 저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 정보를 찾고, 찾아낸 서비스를 신청하는 것도 중증장애인에겐 도움이 필요한 일이다. 기관에 제공되던 지원금이 장애인 개인에게 입금되면서 돈 관리도 자립을 위해 익혀야 하는 방법 중 하나다.

임 팀장은 "지원주택에 있는 분들은 저희(사회복지사)가 바로 옆집에 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지원을 받는다"며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옆에서 같이 지켜보는 사람이 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씨의 경우 나라에서 받는 지원금 외에 공공일자리에서 근무를 하며 생활비 등을 충당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장애인 지원주택의 최초 입주 보증금은 300만원, 월세는 15~40만원이다. 여기에 주택관리비나 생활비 등으로 한 달에 약 70만원이 소요된다. 거주 기간은 최장 20년이고 2년마다 재계약을 한다.

허씨는 탈시설 이후 삶에 대한 만족을 묻는 질문에 벽에 걸어 둔 액자를 가리켰다. 액자에는 '탈시설 해보니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였는지 느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러면서 허씨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을 강조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2006년에 체결된 인권 협약이다. 이 협약에는 장애인을 권리의 능동적 주체로 보고, 자립과 이동권에 대한 보장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씨 역시 이곳에서 오랫동안 거주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가 아니면 날 받아줄 곳이 어디 있나"며 반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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