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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 내고 왔어요"…학부모·학생 서이초 추모 행렬

등록 2023.09.04 12:11:47수정 2023.09.04 1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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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재 맞은 서이초에 추모공간 마련

체험학습 신청하고 온 학부모 눈길

부모 손 잡은 자녀들 추모 포스트잇

학부모 "선생님 편해야 아이도 행복"

교사 "우울감…이젠 스스로 지켜야"

서초서 앞 침묵시위·국회 앞 집회도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서이초 사망교사 49재를 맞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3.09.04.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서이초 사망교사 49재를 맞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3.09.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선생님 사랑해요. 하늘나라에서도 잘 지내시고 행복하세요.", "선생님 이젠 편히 쉬세요. 남은 저희가 기억하고 행동하겠습니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지난 7월 숨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교정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붙은 포스트잇 문구들이다.

전국의 교사들이 4일 49재를 맞아 고인을 기리고 교권 회복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공교육 멈춤(정상화)의 날'을 선언하고 집단 행동에 들어갔다. 이날 검은색 옷을 입고 서이초를 찾은 추모객들은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여념이 없었다.

서이초 교문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근조화환엔 '이주호는 사죄하라', '별이 된 선생님을 추모합니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염원합니다' 등이 쓰여있었다. 화환 명의는 '동료교사 일동','선배교사' 등이었다.

교문 앞엔 검은 리본 배지를 나눠주는 부스도 마련됐다. 초등교사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는 추모객들을 위한 흰색 국화꽃도 준비했다.

오전 10시께부터 검은 옷차림을 한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꼬리를 물었다. 시민들은 1학년6반 교실 앞 공간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고인을 기리는 묵념을 하고, 헌화했다.

30여분 만에 교내에 추모객들의 줄이 30m 가량 길게 늘어섰고, 오전 10시45분께에는 관계자가 나와 "헌화만 하는 줄과 헌화 및 묵념을 하는 줄을 구분하겠다"는 공지를 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를 맞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추모 글귀를 붙히고 있다. 2023.09.04.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를 맞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추모 글귀를 붙히고 있다. 2023.09.04. [email protected]



이날 부모님들과 함께 추모공간을 찾은 아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경찰에 신고한 거야, 경찰이 뭐래"라는 천진난만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헌화 공간 앞 마련된 추모 공간엔 고인을 기리는 흰 국화 꽃다발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그 주변엔 다양한 포스트잇 수십여장이 붙어있었다.

삐뚤삐뚤한 어린아이 글씨체로 '선생님 많이 힘드셨죠? 이제 맘 편히 쉬세요',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행복하게 살고 편히 쉬세요. 비록 다른 초등학교지만 그래도 헛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사랑해요. 하늘나라에서도 잘 지내시고 행복하세요' 등이 쓰여진 포스트잇도 있었다.

이날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서이초를 찾은 이들은 교사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왔다는 학부모 김모(49)씨는 "가정에서도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것처럼 선생님의 마음이 편안해야 아이도 행복하게 클 수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학교에 현장학습 체험서를 내고 자녀와 함께 서이초를 찾았다.

딸인 초등학교 5학년 A양은 "친구들끼리도 선생님 얘기를 많이 했다"며 "너무 힘드셨던 것 같아 다른 학교지만 죄송했다"고 말했다.

동료 교사들은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B씨는 "너무 야속하다. 7주째 도로 위에서 집회하고 있는데 바뀐 게 하나도 없다"며 "오늘 학교엔 병가를 내고 왔는데, 그마저 눈치 보이는 현실이 서러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도 자체가 개선돼야 하고, (교사가) 보호받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동료교사 C씨는 "교육부도, 교육청도 들어주는 시늉을 하길래 그걸 믿고 기다렸는데 주말 사이 또 다른 선생님들마저 돌아가시지 않았나"라며 "선생님들 우울감이 말도 못 하는 수준이다. 우리 스스로 지키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열했다.

퇴직 교사 D씨는 후배 교사들을 향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씨는 "우리가 잘 가르칠 환경이 되지 않는 이상, 아무리 노력해도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서 서이초 사망 교사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23.09.04.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서 서이초 사망 교사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23.09.04. [email protected]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서이초 교사 사건을 수사해 온 서초경찰서 앞에서 1인 침묵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진상규명을 촉구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사건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다시금 이곳에 나왔다"고 했다.

아울러 전국 교사들은 이날을 '공교육 멈춤(정상화)의 날'로 삼고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라는 이름의 교사 모임은 이날 오전 서초구의 서이초 앞에서 개별 추모 활동을 하고, 오후 4시30분께부터 국회 앞에서 추모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서 교사들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5개 교원단체와 합의해 '수업 방해 학생 분리와 학교장 보호제도를 입법화해달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교권보호 합의안' 의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또 교육부의 엄정 대응 등 강경 방침에 대해서도 규탄의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다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일 '교권 회복 및 교육 현장 정상화를 위한 호소문'을 통해 "우리 학생들 곁에서 학교를 지켜달라"며 교사들의 집단행동 자제를 호소했다.

앞서 지난 7월 학교 1학년 담임이었던 여교사가 지난 18일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전국 교사들은 7주째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이어왔다. 여기에 지난주 경기도 고양시와 용인시, 전북 군산 등에서 초등학교 교사들이 극단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교사들의 분노는 더 커지는 양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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