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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겨냥한 사법 리스크…카카오는 '시계제로'

등록 2023.10.24 06:35:55수정 2023.10.30 09: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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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전날 창업자 소환 조사…김범수 "성실히 조사 임했다"

수사 기간 신사업 투자·M&A 급제동'…카카오뱅크 대주주 상실 가능성도

비상경영체제 서두를 듯…전면 쇄신론도 '고개'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23일 서울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3.10.23.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23일 서울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3.10.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시세조정 의혹을 수사하는 사정당국의 칼끝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까지 겨냥하면서 내부 직원들이 크게 당혹해하고 있다. 경영진 사법 리스크에 카카오와 계열사들이 추진하는 신사업들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인수합병(M&A)을 비롯한 신규 투자도 급제동이 걸렸다. 카카오 주가는 연일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24일 카카오 안팎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전날 오전 김 센터장을 소환해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카카오의 SM엔터 인수 과정과 관련된 주요 쟁점 사항을 조사했다.

지난 2월 하이브와의 SM 경영권 인수 경쟁 당시 2400억원을 들여 SM 주가를 의도적으로 조정했다는 의혹을 들여다 보기 위해서다. 같은 혐의로 지난 18일 SM 인수전을 전면에서 지휘했던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됐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김 창업자가 시세조정을 직접 지시했거나 보고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사경 조사 과정에서 김 센터장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오전 10시쯤 금감원에 출석한 김 센터장은 15시간 40여 분 만인 24일 새벽 1시 40분쯤 조사를 마치고 나왔다. 그는 어떤 점을 소명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고만 답했다.

앞서 카카오측 변호인단은 ”하이브와의 SM 경영권 인수 경쟁 과정에서 지분확보를 위한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한 바 있다.

AI·헬스케어 신사업 차질…M&A·IPO 등 투자 전략도 제동

창업자인 김 센터장으로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카카오는 창사 이래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맡고 있다. 카카오 공동체 경영 전반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지만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서 카카오의 신성장 사업을 챙겨왔다.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겠다며 '비욘드 코리아'를 야심차게 기업 비전으로 내걸고 해외 시장 개척에 집중해왔다. SM 인수도 '비욘드 코리아' 전략의 일환이다.

이번 사법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SM 인수 심사에 미칠 파장에 우선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간 합의된 계약이라는 점에서 인수 불허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쪽보다는 카카오가 전사적으로 추진해온 신사업·투자가 당분간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카카오 그룹 전체 신사업 투자를 총괄해왔던 배재현 투자총괄 대표가 구속되면서 M&A 투자 검토 사안들이 이미 올스톱된 상태다.

카카오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고 올 3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헬스케어, AI(인공지능) 출시와 카카오톡 개편이 4분기에 몰려 있는데,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령,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LLM 코GPT2.0을 연내 공개할 방침이었다. 경쟁사인 네이버가 글로벌 초거대 AI 경쟁에 뛰어들었고, 이미 코GPT2.0 출시 시기가 지연되고 있는 만큼 카카오에 있어 생성형 AI 서비스 출시는 '발등의 불'이 된 상황이다.

카카오의 첫 자체 데이터센터,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이 내년 1분기 본격 가동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0월 벌어진 서비스 먹통 사태가 없도록 지속적인 데이터센터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올 4분기 디지털 혈당관리 서비스를 국내에 런칭할 계획이다. 아이센스의 연속혈당측정기인 케어센스 에어와의 연동을 통해 안정성 및 편의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답보 상태였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나 카카오모빌리티의 IPO(기업공개) 역시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카카오엔터 지분 12.4%를 보유한 2대주주 앵커PE가 보유주식 중 5% 미만의 소수 지분 매각에 나섰다고 알려졌다.

비상경영체제 또다시 전환할까

최악의 시나리오는 수사 결과에 따라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19년 카카오는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카카오뱅크 지분 16%를 매입해 총 34%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는 국내 최초로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1대 주주로 올라선 은행이 탄생한 사례였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대주주(한도초과보유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시세조종 관련 처분 관련 카카오 '법인'에도 적용된다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조만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공동체 자율 경영체제이기 때문에 만약 김 창업자 구속되더라도 당장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카카오 이미지가 훼손되면서 주가 뿐만 아니라 투자 등 경영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관리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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