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 '합병 초읽기' 대한항공, 메가캐리어답게 소통해야

등록 2023.11.27 15:03:36수정 2023.11.27 16:23:2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이다솜 산업부 기자. 2023.11.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다솜 산업부 기자. 2023.11.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다솜 기자 =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반납에 화물사업부까지 매각하는 마당에 인력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란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최근 아시아나항공 노조 관계자는 기자에게 직원들의 고용이 너무 불안하다며 대한항공 측을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절차가 막바지로 향할수록 합병 이후 인력 감축에 대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불안감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며 거듭 강조하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및 아시아나항공 노조 조합원들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슬롯 반납 및 화물사업 분리매각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화물사업부 매각 직후 유감의 뜻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당시 "화물사업 매각은 항공사뿐 아니라, 관련 조업사 노동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리들의 고용 안정이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매각 분리가 결정된 화물사업부 소속 직원들은 고민이 더 깊다. 대한항공은 고용승계 및 유지 조건으로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고용 유지를 보장하는 주체가 대한항공인지,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는 항공사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실제 대한항공은 유럽 4개 도시 노선 이관을 위해 조종사 100명을 포함한 승무원 인력을 티웨이항공에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물론 아시아나항공의 자력 갱생이 어려운 만큼 대한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다만 이 일련의 과정에서 줄곧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가 배제됐다는 점은 곱씹어 볼 대목이다. 시정조치안과 통합계획서(PMI)를 보여달라는 직원들의 요구에도 대한항공 측은 공개를 거부하기도 했다.

항공업은 다른 업계와 비교해 인적 자원이 중요한 산업군이다. 비행기를 운항하는 것도,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도, 기체 결함을 정비하는 것도 모두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다. 이는 자동화·기계화로 무인화가 빨라지고 있는 다른 산업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수천 명의 조종사·승무원·정비사 등은 항공사의 근간이자 곧 경쟁력으로 여겨진다. 기업결합 과정에서 항공사의 핵심 자산인 직원들과 대화하는 자세는 그래서 더 중요하다.

양사의 기업결합은 14개 주요 경쟁당국 가운데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3개 국가만의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다. 통합시 대한항공은 현재 세계 19위에서 7위 규모의 '메가 항공사'로 발돋움한다. 이 합병만으로 대한항공은 에어프랑스와 루프트한자 등 주요 대형 항공사들을 단숨에 제친다.

이 때문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올 초 발표한 신년사에서 양사의 합병을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것이 아닌 한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시대적 과업을 탈 없이 완수하기 위해선 급격히 커지는 덩치에 맞게 대한항공다운 소통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