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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명' 덫…근무단축·수련수당 '당근' 쏟아져도 전공의 요지부동

등록 2024.03.30 10:00:00수정 2024.03.30 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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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환경평가위원회 전공의 참여 확대

분만 등 필수 의료도 100만원 수련수당

윤 대통령 "유연한 처분" 지시에 유화책

전공의 "2000명 증원 철회" 입장 되풀이

강성 의협 회장 당선에 사태 악화 우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3.28.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3.28.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정부가 한 달 넘게 병원을 떠나 있는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연일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은 복귀 조건으로 의대 증원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요지부동이다. 정부가 대화의 손을 내밀고 있지만 '2000명'의 벽에 가로막히면서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30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을 위한 대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의료 공백이 장기화 수순에 접어들자 의·정 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 달래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28일 "전공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올해 5월부터 전공의 연속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에는 총 수련시간을 주 80시간, 연속 근무시간은 36시간 범위에서 정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정부는 2026년 법 시행되기 전인 5월부터 전공의 연속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에는 내년 전공의 정원 배정 등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전공의 수련 내실화를 위해 관련 정책과 제도를 심의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전공의 위원 참여도 확대한다. 13명의 평가위원 중 2명인 전공의 위원을 1~2명 더 늘리고 평가위 산하 정책·교육·기관 분과에도 전공의 위원을 각 1명씩 추가할 예정이다.

6월부터는 전공의 종합 수련 환경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외과·흉부외과·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 지급하는 100만원의 수련보조수당을 분만, 응급 등 다른 필수 의료 전공의들로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줄지어 선 환자침대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2024.03.25.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줄지어 선 환자침대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2024.03.25. [email protected]


정부는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법과 원칙에 따라 26일부터는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3개월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었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 사직으로 전공의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사태가 악화되자 윤석열 대통령이 "유연한 처분"을 지시하면서 정부도 강경 발언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이후 정부는 내년 예산을 '의료 개혁 5대 재정사업' 중심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유화책을 펼치고 있다. 전공의 수련 집중 지원,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 필수 의료 기능 유지를 위한 재정 지원 확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보상 재원 확충, 혁신형 보건의료 연구개발(R&D) 예산 등에 재정 지원을 강화 등이 핵심이다.

이러한 정부의 달라진 태도에도 전공의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의 대화를 위해서는 의대 2000명 증원 백지화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등 18개 수련병원 소속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50명은 "2000명이라는 무리한 증원을 고집하는 것보다 증원 필요성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실시해 의료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 지급하는 월 100만원 보조금도 땜질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도 의대 2000명 증원은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2000명 증원 규모 재논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정부는 의료 개혁은 국민의 뜻이라며 재론은 없다고 못 박았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의료 개혁의 성패는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흥정하듯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과학적 추계에 기반하고 130회가 넘는 의견수렴을 거친 정책적 결정을 합리적인 근거 없이 번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차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으로 선출된 임현택 당선인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의·정 간의 관계가 더 악화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임현택 당선인은 지난 29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분명히 증원을 원하지 않으며, 필수 의료 패키지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이기 때문에 두 가지는 완전히 폐기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에는 "논평할 가치도 없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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