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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도, 벚꽃도 싫어요"…꽃가루 알레르기의 진실 [리얼팩트]

등록 2024.04.13 06:02:00수정 2024.04.13 06: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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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시작하던 꽃가루 알레르기, 1월부터 발생하기도

눈·목 가려우면 알레르기, 목 아프고 전염되면 감기

완치 어려워…식염수로 코헹구고 점안제 쓰면 완화

[서울=뉴시스] 봄철 감기와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를 찾은 시민들이 만개한 벚꽃을 바라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 2024.04.12.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봄철 감기와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를 찾은 시민들이 만개한 벚꽃을 바라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 2024.04.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오정우 수습 기자 = #1. 김모(27)씨는 봄도, 벚꽃도 싫다. 꽃가루와 나무에서 나오는 알 수 없는 가루가 그에게 '악몽'을 선사한다. 여자친구와 함께 서울 모처에서 벚꽃을 즐길 때면 어김없이 잔기침과 재채기가 튀어 나온다. 한번 터진 재채기는 걷잡을 수 없이 가속 페달을 밟는다. 목도 마구 간지럽다. 그는 고질병 '알레르기' 환자다.

#2. 이모(26)씨는 벚꽃을 볼 생각에 싱글벙글이다. 인파가 몰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 다다르자 이씨는 불현듯 오한을 느꼈다. 살갗에 소름이 돋고 이어 기침이 터졌다. 유리를 삼키는 기분까지 들었다. 급하게 마스크를 산 그는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맡겼다. 집에서도 기침을 토한 이씨 때문에 그의 부모님도 덩달아 기침에 신음한다. 사흘이 지나고서야 기침이 멎고 그는 다시 벚꽃을 즐기러 집 밖을 나선다. 그는 봄철 '감기'를 앓았다.

"이란성 쌍둥이?"…비슷하지만 다른 감기와 알레르기

봄철 알레르기는 '불청객' 이다. 요즘 불청객이 아니라 단골손님이 돼가는 모양새다. 지구 평균 온도가 높아져 알레르기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는 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0일(현지시각) 알레르기에 관한 진실을 이같이 보도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18년 미국에서 봄철 꽃가루 농도가 1990년에 비해 21% 증가했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은 당초 3월에야 시작된 꽃가루 알레르기가 최근에는 1월부터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감기도 마찬가지다. 제스 브라카몬테 메이요 클리닉 가정의학과 박사는 감기를 두고 "봄과 여름에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며 "감기는 1년 특정 시기에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라고 했다.

감기와 알레르기는 증상이 비슷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둘 모두 환자에게 콧물, 재채기를 유발해서다. 브라카몬테 박사는 사람들이 이 둘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가려움증'과 '통증'은 감기·알레르기를 구분하는 열쇳말 중 하나다. 눈 주위와 목구멍이 가렵다면 알레르기이고, 그렇지 않으면 감기다. 브라카몬테 박사는 "감기 환자는 목구멍이 아플 수는 있지만 가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리를 삼키는 기분이 든다면 아마 감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염성 여부도 둘을 가리는 기준이다. 알레르기는 전염성이 없는 반면 감기는 전염성이 높다. 가디언에 따르면 감기는 공기와 표면에 남은 작은 물방울을 매개로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

'알레르기' 대해부…"봄에만 겪는 건 아냐"

외신에 따르면 알레르기는 사실상 신체의 방어 기제에 가깝다. 알레르기는 우리 몸이 면역 체계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물질에 반응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컨대 식물의 꽃가루나 고양이 털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의 경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 물질이 코에 틈입할 때 항원-항체 반응이 일어나 기침을 토하게 된다.

특히 꽃가루는 알레르기 원인 '1순위'로 꼽힌다. 가디언은 미국과 영국 성인 4분의 1이 건초열(식물이 유발하는 알레르기)을 앓는다고 보도했다. 또 니타 오그든 미 천식·알레르기 재단 대변인은 "봄에는 나무,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꽃가루 알레르기는 봄철에만 찾아오는 불청객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여름에는 잔디 꽃가루, 가을에는 돼지풀이 주요 원인"이라며 꽃가루 알레르기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UKHSA는 5월부터 7월까지 풀 꽃가루가 날리고, 도크와 쑥 등 잡초 꽃가루도 6월부터 늦가을까지 공기 중을 떠돌아다닌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알레르기를 사실상 '완치'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오그든 대변인은 "식염수로 코를 헹구고 점안제로 가려움증을 해소할 수 있다"며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제로 증상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꽃가루 앱을 애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꽃가루 수치가 높은 날에는 실내에 머무를 것을 권고했다.

2018년 보건복지부 국민영양조사 통계에 따르면 꽃가루는 한국 성인 17.4%, 청소년 36.6%가 앓는 알레르기 비염의 3대 원인 물질 중 하나로 조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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