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참사마다 반복되는 혐오 표현…유가족 2차 피해 '심각'

등록 2024.07.05 12:50:37수정 2024.07.05 15:28:5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추모현장에 사고 조롱하는 쪽지 작성

참사 때마다 혐오 표현 사용 반복돼와

유가족 2차 피해 우려…대책 마련해야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3일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인도 돌진사고 현장에 고인들을 추모하는 국화꽃 등 추모용품들이 놓여 있다. 2024.07.03.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3일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인도 돌진사고 현장에 고인들을 추모하는 국화꽃 등 추모용품들이 놓여 있다. 2024.07.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시청역 역주행 사고' 추모현장에서 사고를 조롱하는 쪽지가 발견된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사고를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글이 다수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사회적 참사가 발생할 마다 혐오표현 사용이 도마에 오르면서 유가족 2차 피해가 심각해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시청역 역주행 사고'와 관련된 조롱, 모욕, 명예훼손성 게시글 등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어 피해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심각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고 이후 일부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망한 9명이 모두 남성으로 밝혀지자 '축제다'라는 등 입에 담기 힘든 조롱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사고를 '볼링'에 빗대는 게시글이 작성됐다.

사고 추모 현장에도 피해자들을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쪽지가 놓여져 논란이 됐다. 해당 쪽지에는 피해자가 흘린 피를 토마토 주스에 빗대 조롱하는 내용의 글이 적혔다.

사회적 참사 희생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 표현 사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그리고 화성 아리셀 참사 당시에도 희생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표현은 계속돼 왔다.

최근의 아리셀 참사의 경우, 사망하거나 다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표현이 다수 게재되면서 논란이 됐다.

이렇듯 참사 유가족에 대한 2차 피해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방지할 대책은 마땅치 않다. 현재 경찰은 조롱, 모욕, 명예훼손성 게시글 등이 형사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게시글 3건에 대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3일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인도 돌진사고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국화꽃을 놓고 있다. 2024.07.03.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3일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인도 돌진사고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국화꽃을 놓고 있다. 2024.07.03. [email protected]

그러나 형사처벌 가능성에도 이같은 게시글은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참사 유가족에 대한 보호 체계가 미비한 상황에서 비뚤어진 욕구가 온라인 커뮤니티나 쪽지 등 익명성 뒤에 숨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익명성이 전제가 되는 경우, 자신의 감정을 무책임하게 배설하거나 비정상적인 심리 상태에서 참사를 엉뚱한 표현으로 비하하는 일들이 이번 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발생해왔다"고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언제부턴가 혐오 표현이 담긴 글을 썼을 때 비난이나 비판을 받아도 인정받고 과시하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며 "문화재에 낙서하고도 자랑스러워하는 행위처럼 잘못된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퍼지는 혐오 표현의 경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법적 제재도 외에도 윤리적인 비판을 통해 잘못된 인식이라는 것을 깨우쳐 줄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임 교수는 "인터넷 상에서는 익명성을 이유로 (혐오 글을 보고도) 나서지 않거나 침묵하고 모른 척 하는 경우가 많다. 방관하고 있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피드백 해야 한다"며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윤리적 비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