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의혹' 삼성바이오 제재 취소…법원 "재량권 일탈·남용"(종합)
고의로 회계기준 누락했다는 판단에 반발
삼바-증선위, 콜옵션 해석 여부 두고 충돌
법원 "분식회계 의혹으로 내린 처분 취소"
"일부 처분 사유는 있지만 전부 취소돼야"
이재용 1심에서도 해당 의혹 무죄로 판단
[서울=뉴시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회계기준을 누락했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지 약 6년 만에 1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금융당국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해 남용한 점 등을 근거로 제재가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진은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홍보관. (공동취재사진) 뉴시스DB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자본잠식 등의 문제를 회피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특정한 결론을 정해 놓고 이를 사후에 합리화하기 위해 회계처리를 하는 것은 원고(삼성바이오로직스)에 주어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며 "제재 처분 사유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하여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은 원고가 회계처리 할 수 있는 재량권의 범위 내에 있다"며 일부 제재 처분에 대해선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사인 지정, 대표 임원 해임 권고, 재무제표 재작성 등 시정 요구 처분 등 경위를 보면 일체의 처분으로 사실상 이뤄졌다"며 "일부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은 이상 처분 취소의 범위는 전부가 되어야 한다"고 봤다.
나아가 "처분 사유가 모두 존재함을 전제로 자본시장법상 과징금 한도액인 80억원이 부과된 점 등에 비춰보면 일부 처분은 그 기초가 되는 사실을 일부 오인했거나 위반 내용과 제재 수준 사이의 이익형량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융감독원(금감원)은 2011년부터 적자에 허덕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직전인 2015년 자회사 회계 처리 기준 변경으로 갑자기 1조9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과정에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중징계를 의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며 이 회사의 지분가치를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바꾼 게 뚜렷한 근거 없이 이뤄졌다는 판단이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횡령과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지난 2월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4.02.14. [email protected]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이에 반발해 지난 2018년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실질적으로는 자신들의 회계처리가 적법했음을 법원에서 받겠다는 취지다.
이와 별개로 해당 처분에 대한 효력을 임시로 중단해달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은 "증선위의 처분으로 인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필요가 있다"며 처분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중지했다.
재판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실질적인 행사 가능성에 따라 콜옵션을 회계기준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 반면, 증선위 측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콜옵션을 처음부터 반영해야 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분식회계 의혹은 행정소송뿐만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형사사건으로도 번졌다. 이 회장과 당시 미래전략실 임원 및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은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형사사건 1심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 위반이 증명되지 않았고, 공시 경위에 비춰 이 회장 등의 고의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4년 당시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은 실질적인 권리가 아니어서 회계기준에 비춰 반드시 공시돼야 하는 정보라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경팀은 올바른 회계처리를 탐색해 나갔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삼성 측이 행정소송에서도 승소함에 따라 항소심이 진행 중인 이 회장의 재판에도 이번 1심 선고 결과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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