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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치료기준은 '이 수치'…"발병위험 최대 8배나 높아"

등록 2024.10.16 09:59:20수정 2024.10.16 1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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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간암 예측 모델 자체 개발

대만·홍콩 등 B형간염 환자 7천명 분석

"치료기준 바꾸면 15년간 4만명 예방"


[서울=뉴시스]국내 연구진이 간 수치가 정상이고 간경화가 없는 환자 중에서도 혈액 내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위험 구간에 있으면 간암 발생 위험이 최대 8배까지 높다는 것을 자체 개발한 간암 예측 모델을 통해 입증했다. (그래픽= 서울아산병원 제공) 2024.10.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국내 연구진이 간 수치가 정상이고 간경화가 없는 환자 중에서도 혈액 내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위험 구간에 있으면 간암 발생 위험이 최대 8배까지 높다는 것을 자체 개발한 간암 예측 모델을 통해 입증했다. (그래픽= 서울아산병원 제공) 2024.10.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간 수치가 정상이고 간경화가 없는 환자 중에서도 혈액 내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위험 구간에 있으면 간암 발생 위험이 최대 8배까지 높다는 것을 자체 개발한 간암 예측 모델을 통해 입증했다.

간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려면 간염 바이러스 수치를 기준으로 B형 간염 치료를 시작해야 하고, 이를 통해 국내에서 향후 15년 동안 4만 명의 간암 환자 발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팀은 간 수치가 정상 범위에 해당되고 간경화가 없는 국내 B형 간염 환자에게서 혈중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중간 수준(혈액 1mL당 1백만 단위·6 log10 IU/mL)일 때 간암 위험이 가장 높았고, 대만·홍콩 등 동일 조건의 다국적 B형 간염 환자 7천 명에게서도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만성 B형 간염은 간암 원인의 70%를 차지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간암 발생을 절반 가량 줄여주는 안전한 항바이러스제가 있지만, 현재 간 수치가 크게 상승했거나 간경화로 진행된 경우에 한해서만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 받아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혈중 간염 바이러스 수치 외에 간암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추가 변수로 혈소판 수치, 나이 등을 반영해 간암 예측 모델을 새롭게 개발했고, 검증 결과 높은 예측 정확도와 임상적인 유용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지난 2020년 서울아산병원의 환자 빅데이터를 활용한 선행 연구를 통해 간경화가 전혀 없고 간수치(ALT·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 수치)가 정상인 만성 B형 간염 환자에게서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혈액 1mL당 1백만 단위(6 log10 IU/mL) 근처일 때 간암 발생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세계에서 처음 보고했다.

또 해당 환자들이 장기간의 간염 치료에도 불구하고 간암 발생 위험도가 절반 정도 낮아질 뿐 여전히 가장 높은 위험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간암 발생 위험이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비례해 선형적으로 증가하고, 간염 치료를 시작한 후에는 바이러스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간암 발생 위험과 간염 바이러스 수치는 큰 연관이 없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연구팀은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1백만 단위에서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높고, 이보다 더 높아지거나 낮아질수록 간암 발생 위험은 점진적으로 감소해 간염 바이러스 수치와 간암 발생 위험이 포물선 그래프를 그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바탕으로 간암 위험도를 낮게 유지하려면 복잡한 B형 간염 치료 개시 기준을 혈중 바이러스 수치만을 기준으로 단순화하고 조기에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는 학계에서 20여년 간 유지돼온 통설을 뒤집는 것으로, 대규모의 다국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외부 검증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국내에서 간 수치 상승이나 간경화가 없는 B형 간염 환자 6949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간암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모델(reREACH-B · Revised REACH-B)’을 개발했다. 이 모델에는 환자의 혈중 바이러스 수치 외에 연령, 성별, 혈소판 수, 간 수치, B형 간염 항원 양성 여부 등 총 6개의 간암 발생 주요 지표를 포함시켰다.

이후 대만과 홍콩, 한국에서 동일한 조건의 만성 B형 간염 환자 7429명을 대상으로 외부 검증을 실시했다. 그 결과, 평균 10년 이상의 추적 기간 동안 간암 발생은 국내 환자군에서는 435건, 다국적 환자군에서는 467건으로 나타났다. 간암 발생 위험도는 두 환자군 모두에서 혈중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1백만 단위(6 log10 IU/mL) 정도일 때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영석 교수는 “간암은 국내 중년 암 사망률 1위로 매년 1만 2천여 명의 환자를 발생 시켜 가정과 사회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간암의 주원인인 B형 간염의 치료 기준이 엄격하다 보니 간염 환자의 20%만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팀은 현행 B형 간염 치료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지만 간암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를 선별하고자 간암 발생의 주요 지표를 반영해 예측 모델을 개발했고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해냈다"면서 "향후 이 모델을 활용하면 B형 간염 환자의 간암 발생 위험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그동안 근거가 부족해 치료 사각지대에 놓였던 만성 B형 간염 환자들에게도 항바이러스제 치료 급여가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내과학 분야 권위지인 미국내과의사협회 공식 저널 ‘내과학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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