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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찰스 3세, 군주제 폐지 논란 속 환영열기 없는 첫 호주 방문

등록 2024.10.18 17:07:12수정 2024.10.18 17: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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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원수 왕의 호주 방문은 13년만, 찰스 취임 2년 만에 처음

전문가 “이전 어떤 왕실 순방보다 관심과 열의가 적다”

호주공화국운동 인사 “이번이 왕으로서 마지막 여정 되길”

[옥스퍼드셔=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7월 18일 영국 옥스퍼드셔 블레넘궁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 동안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4.10.18.

[옥스퍼드셔=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7월 18일 영국 옥스퍼드셔 블레넘궁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 동안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4.10.18.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취임 후 2년 만에 처음 호주를 방문하지만 별다른 기대감이 없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 분위기를 전했다.

찰스 왕이 18일 오후 늦게 호주에 도착해도 엘리자베스 여왕과 같은 환영 인파가 기대하기 어렵다. 호주의 국가원수로서 총리를 만나고 해군 함대를 둘러본 뒤 오페라 하우스 밖에서 일부 지지자들을 맞이하는 정도에 그칠 전망이라고 WP는 보도했다.

호주는 영국 국왕이 국가원수인 14개 영연방 국가 중 하나로 영국 국왕의 호주 방문은 2011년 엘리자베스 2세 이후 13년만이다.

찰스 3세는 6일간의 호주 방문 후에는 태평양 섬나라 사모아에서 열리는 연례 영연방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6일 영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WP는 찰스 3세를 환영하는 사람은 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제로 전환하자고 주장하는 공화주의 운동 구성원들일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군주제: 작별 오즈 투어’가 새겨진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는 것처럼 왕족의 은퇴 무대를 보려고 하는 것이다.

멜버른 라트로브대에서 군주제를 연구하는 사회학자 데니스 알트만은 “이론적으로는 국가 원수인 왕이 즉위 2년 만에 오는데 이전 어떤 왕실 순방보다 관심과 열의가 적다”고 말했다.

이처럼 환영 열기가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찰스 3세의 건강이다.

그는 암을 앓고 있어 이번 호주와 사모아 순방 기간도 줄였다. 이번 순방 기간은 그가 2월 암이 발견된 뒤 처음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시기도 하다.

하지만 주요 이유는 호주내의 공화제 전환 논란 때문이다. 1999년 국민투표에서는 54.9%가 군주제 폐지에 반대했다.

시드니 맥쿼리대 역사학자 미셸 애로우는 “군주제지만 쿠데타도 없었고 꽤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했을 때 인기없는 아들을 영연방 국가의 국가 원수자리에서 몰아낼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2022년 공화주의자 앤서니 앨버니즈가 총리로 선출돼 공화제 문제는 새롭게 부각됐다.

그는 공화국 차관보라는 새로운 직책을 만들었고 공화국 전환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앨버니즈 총리는 지난해 9월 원주민의 권리를 인정하고, 대변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개헌안을 제안했다가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뒤 공화주의 투표는 꺼내들지 못하고 있다. 

호주에서 군주제와 공화주의는 여론 조사에서 거의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WP는 전했다.

지난해 9월 조사에서 호주인의 32%가 군주제 유지에 반대했다. 이는 엘리자베스 2세 서거 이전보다 높아졌다. 35%는 군주제 유지를 선호했다. 나머지는 미정이다.

호주공화국운동(ARM)의 공동 의장 네이선 핸스포드는 군주제 지지 야당 지도자인 피터 더튼이 내년에 총리가 돼도 여론의 압력으로 또 다른 국민투표가 실시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핸스포드는 “호주 국민이 실제로 물어야 할 질문은 호주 국민이 아닌 사람이 왜 국가 원수가 되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군주제 지지자들은 국왕의 방문을 호주 국민들의 왕관에 대한 정서적 애착을 새롭게 할 수 있는 드문 기회로 보고 있다.

영국 왕실은 ARM에 “호주 국민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찰스 왕과 왕비 카밀라는 18일 시드니에 도착한 후 캔버라로 향한다. 캔버라에서 기념관을 방문하고 21일 의회 환영 의식에 참석한다.

22일 시드니에서 커뮤니티 바비큐와 기타 행사에 참석한 후 해군 함정을 둘러본 뒤 오페라 하우스에서 대중을 맞이할 예정이다.

핸스포드는 “이번이 왕으로서 마지막 여정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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