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봤다" 알고보면 세밀하고 깊은 뜻 있다
【양구=뉴시스】한윤식 기자 = 20일 오후 2대째 걸쳐 43년간 심마니로 활동하고 있는 박용태씨(64. 강원 양구)가 강원 양구군 방산면 깊은 산속에서 자신이 발견한 산삼을 가리키며 산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22살부터 43년간 2대째 심마니로 생활하고 있는 박용태(64· 강원 양구)씨에 따르면 '심봤다'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대로 기분좋아 외치거나 산신령한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외치는 것이 아니라 산삼을 배분하기 위한 하나의 엄격한 규율을 담은 소리라는 것이다.
옛날 산삼을 캐러 떠날 때는 최하 5명 이상이 같이 움직였는데 오야지(대표)는 나머지 심마니들을 사람과 접촉이 없는 곳에서 약 1주일간 재운 뒤 함께 일을 시작했다.
이는 여자와 술 등을 금하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 후 부정이 타지 않도록 해야 산시령이 산삼을 점지해 준다고 믿었기 때문.
또 산삼을 캐러 떠날 때는 캐낸 몫을 나누는 방법을 미리 정하게 된다. 이를 가리켜 '원앙메(모듬)'라 하고 먼저 발견한 사람이 독차지하는 것을 '독메(강메)'라 한다.
'독메'일 경우 산삼을 발견한 사람이 "심봤다"를 세 번 외치게 되면 다른 동료들은 행동을 멈추고 그 자리에 엎드려 옴짝 달싹하지 않고 숨을 죽이고 있어야 한다.
그후 처음 발견자가 자기 시야에 들어 온 산삼에 표를 한 뒤에 동료들에게 ‘산삼을 캐시오’하고 알리면 동료들은 표시가 안 된 산삼만을 찾아 자기의 몫으로 갖게 된다.
【양구=뉴시스】한윤식 기자 = 20일 2대째 걸쳐 43년간 심마니로 활동하고 있는 박용태씨(64. 강원 양구)가 강원 양구군 방산면 깊은 산속에서 하늘이 내린 영약이라 불리우는 산삼을 발견했다. 사진은 이날 박씨가 발견한 산삼. [email protected]
그와 반대로 '원앙메'일 경우는 일행 중 누가 산삼을 발견하면 "심봤다"를 외치지 않고 "삼있다"라고 외치면 일행 모두가 함께 산삼을 캔 뒤 여러가지 공동비용을 제하고 나머지를 공평하게 분배하게 된다.
이밖에 혼자서 움직일 때는 ‘산삼을 발견하면 ’심봤다‘를 외치지 않고 혼자 마음 속으로 좋아서 펄쩍 펄쩍 춤을 추곤 한다.
이같이 '심봤다'는 혼자가 아니라 단체로 움직일 때, 그것도 '독메'일 경우에만 외치는 것이다.
한편 오늘날에도 널리 쓰이고 있는 심마니(심메마니)라는 말은 산삼을 캐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은어로 '심'은 삼을, ‘메'는 산, '마니'는 사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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