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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도로의 '시한폭탄' 음주운전 단속 현장 가보니…

등록 2014.12.02 08:04:35수정 2016.12.28 13: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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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1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 일대에서 남대문 경찰서 소속 교통경찰들이 연말연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2014.12.02.  yatoy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1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 일대에서 남대문 경찰서 소속 교통경찰들이 연말연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2014.12.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음주운전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살인 행위입니다."

 동장군이 맹위를 떨친 지난 1일 오후 11시께 서울 용산구 만리동 고개에서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경찰관 10여명은 살을 에는 듯 한 칼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도로 위에서 한바탕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치렀다.

 털모자와 마스크로 중무장한 경찰관들은 연신 빨간색 지시봉을 흔들며 차량들을 통제했다. 또 영하권 추위에 꽁꽁 언 몸을 녹이느라 발을 동동 구르는 단속 경찰관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단속에 나선 경찰관들은 음주운전을 하지 않은 운전자들에게 '안전운전 하라'는 당부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단속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적발된 한 40대 남성 음주 운전자. 음주감별기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맥주 석 잔 밖에 안 마셨다'며 투덜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더 더 더 더 더…."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1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 일대에서 남대문 경찰서 소속 교통경찰들이 연말연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2014.12.02.  yatoy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1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 일대에서 남대문 경찰서 소속 교통경찰들이 연말연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2014.12.02.  [email protected]

 음주측정기에 표시된 혈중 알코올농도가 예상보다 높게 올라가자 이 남성은 다짜고짜 언성을 높였다. '기계가 이상하다'며 경찰관과 실랑이를 벌이던 그의 입에선 술 냄새가 풍겼다.

 10분 넘는 실랑이 끝에 측정된 혈중 알코올농도는 0.05%. 100일 면허정지에 해당한다. 면허정지 기준인 0.05%를 넘긴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채혈을 요구하기도 했다.

 측정기에 '후우'하고 부는 척만 하는 운전자가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30대 한 남성은 음주측정기를 제대로 불지 않아 수차례 반복하기도 했다.

 이 남성은 혈중알코올 0.05% 미만으로 훈방되자 그제서야 '이른 저녁에 간단히 술을 마셨다'며 고백하며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하느라 분주했다.

 음주단속 현장을 발견하고 도망치는 운전자도 있었다.

 술냄새가 진동하고, 횡설수설하던 50대 남성은 음주단속 현장 20~30m를 앞두고 차를 황급히 세웠다.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1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 일대에서 남대문 경찰서 소속 교통경찰들이 연말연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2014.12.02.  yatoy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1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 일대에서 남대문 경찰서 소속 교통경찰들이 연말연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2014.12.02.  [email protected]

 이 남성은 "주행을 하다가 앞에 단속 현장을 보고 차를 멈춘 것이니 음주 측정에 응해야 한다"는 경찰관의 설명을 몇 번이나 듣고서야 음주측정에 응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고작 0.02%. 훈방 조치되자 재빨리 현장을 빠져 나갔다.

 이날 단속에 나선 남대문경찰서 박병구 경위는 "저렇게 술을 얼마 안 마셔도 취하면서 정작 음주수치는 낮게 나오는 사람들이 정말 위험하다"며 "저런 사람들이 면허정지 수준의 술을 마시면 일반인에게는 면허취소 수준과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이곳에서 2시간가량 진행된 음주단속에서 단 1명만 적발되고, 2명이 훈방조치됐다.

 박 경위는 "최근 음주운전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편"이라며 "음주운전은 재범률이 높은 만큼 애초에 술을 마시면 운전대를 잡을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매년 연말을 맞아 술자리가 늘어나면서 반복되는 음주운전 단속. 술 냄새를 풍기면서 무조건 오리발을 내밀거나 측정기가 고장 났다고 우기는 음주운전자 등 눈살을 찌푸리는 음주운전 단속 현장의 천태만상이 올해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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