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도로의 '시한폭탄' 음주운전 단속 현장 가보니…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1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 일대에서 남대문 경찰서 소속 교통경찰들이 연말연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2014.12.02. [email protected]
동장군이 맹위를 떨친 지난 1일 오후 11시께 서울 용산구 만리동 고개에서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경찰관 10여명은 살을 에는 듯 한 칼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도로 위에서 한바탕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치렀다.
털모자와 마스크로 중무장한 경찰관들은 연신 빨간색 지시봉을 흔들며 차량들을 통제했다. 또 영하권 추위에 꽁꽁 언 몸을 녹이느라 발을 동동 구르는 단속 경찰관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단속에 나선 경찰관들은 음주운전을 하지 않은 운전자들에게 '안전운전 하라'는 당부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단속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적발된 한 40대 남성 음주 운전자. 음주감별기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맥주 석 잔 밖에 안 마셨다'며 투덜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더 더 더 더 더…."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1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 일대에서 남대문 경찰서 소속 교통경찰들이 연말연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2014.12.02. [email protected]
10분 넘는 실랑이 끝에 측정된 혈중 알코올농도는 0.05%. 100일 면허정지에 해당한다. 면허정지 기준인 0.05%를 넘긴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채혈을 요구하기도 했다.
측정기에 '후우'하고 부는 척만 하는 운전자가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30대 한 남성은 음주측정기를 제대로 불지 않아 수차례 반복하기도 했다.
이 남성은 혈중알코올 0.05% 미만으로 훈방되자 그제서야 '이른 저녁에 간단히 술을 마셨다'며 고백하며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하느라 분주했다.
음주단속 현장을 발견하고 도망치는 운전자도 있었다.
술냄새가 진동하고, 횡설수설하던 50대 남성은 음주단속 현장 20~30m를 앞두고 차를 황급히 세웠다.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1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 일대에서 남대문 경찰서 소속 교통경찰들이 연말연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2014.12.02. [email protected]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고작 0.02%. 훈방 조치되자 재빨리 현장을 빠져 나갔다.
이날 단속에 나선 남대문경찰서 박병구 경위는 "저렇게 술을 얼마 안 마셔도 취하면서 정작 음주수치는 낮게 나오는 사람들이 정말 위험하다"며 "저런 사람들이 면허정지 수준의 술을 마시면 일반인에게는 면허취소 수준과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이곳에서 2시간가량 진행된 음주단속에서 단 1명만 적발되고, 2명이 훈방조치됐다.
박 경위는 "최근 음주운전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편"이라며 "음주운전은 재범률이 높은 만큼 애초에 술을 마시면 운전대를 잡을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매년 연말을 맞아 술자리가 늘어나면서 반복되는 음주운전 단속. 술 냄새를 풍기면서 무조건 오리발을 내밀거나 측정기가 고장 났다고 우기는 음주운전자 등 눈살을 찌푸리는 음주운전 단속 현장의 천태만상이 올해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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