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던 특검 영장 기각으로 급제동…수사 차질 불가피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 조정 가능성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19일 기각되면서 속도전을 벌이던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 수사에 급제동이 걸렸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삼성과 나머지 기업들에 대한 뇌물죄 수사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영장 기각이라는 암초를 만남에 따라 향후 수사 과정이 순탄치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혐의 입증을 자신해왔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7월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표를 대가로 최순실(61·구속기소)씨 등에게 430억원대 특혜 지원을 했고, 이에 따라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게 특검팀의 입장이었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 최지성(66)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63)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64)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 경영진들을 줄소환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진술과 증거 자료들을 확보했다는 점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같은 사안을 두고 특검팀과 다르게 판단하고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검팀 입장에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팀이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해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의 경우 증거인멸 우려보다는 뇌물공여 혐의 입증이 더 중요한 문제였다는 것이다.
결국 특검팀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한 추가 증거들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추가된 셈이다.
이와 함께 특검팀이 향후 수사를 예고한 SK·CJ·롯데 등에 대한 수사에도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이들 기업이 삼성과 비슷한 방식으로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영장 기각 과정을 학습해 '강요의 피해자'라는 대응논리를 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향후 재계 등을 중심으로 이어질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도 특검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국민적 지지를 받아오던 특검팀의 입지가 좁아질 경우 수사 과정에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고민은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다. 뇌물공여 혐의 입증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뇌물수수 혐의를 추궁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측 역시 이 같은 점을 들어 특검팀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한 첫 피의자의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나머지 기업 총수들을 '강요의 피해자'에서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로 만들기까지는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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