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극우 르펜 “변화의 바람이 세계를 바꾸고 있어”
【파리=AP/뉴시스】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당수가 1일(현지시간) 파리에서 노동절을 맞아 연설하고 있다. 연단 뒤의 여성 얼굴은 국민전선이 수호성인으로 삼고 있는 프랑스 국민영웅 잔다르크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2016.05.02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극우 성향의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이날 프랑스 리옹에서 지지자 3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출정식을 갖고 통제할 수 없는 이민 행렬을 멈춰 세우고 무역 장벽을 올리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녀는 전날 유럽연합(EU)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이민 억제를 비롯한 144개 공약을 제시하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녀는 이날 출정식에서 프랑스가 ‘경제 세계화’와 ‘이슬람 근본주의’ 등 두 가지 전체주의 세력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대선의 성격을 ‘세계화 지지세력(pro-globalisation)과 반(反) 세계화 세력 간 한판 대결로 규정한 뒤 좌우익은 더 이상 없으며 “세계화 지지세력과 애국세력간 구분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르펜은 이어 “프랑스”를 거듭 외치는 지지자들을 상대로 선거 승리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영국을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로 이끈 전 세계적 반(反) 기성질서의 조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서 자신감을 얻을 것(take heart)을 호소했다.
그녀는 아울러 프랑스판 앵그리 화이트인 블루컬러 노동자들을 겨냥한 공약도 거듭 제시했다. 이러한 생산직 근로자 맞춤형 공약은 ▲유로화를 포기하고 프랑화를 다시 사용해 국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지능적인 보호무역주의(intelligent protectionism)를 추진하며 ▲재산업화(re-industrialisation)에 나서는 것 등을 주요 뼈대로 한다.
이어 대선에서 승리하면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6개월간 협상에 돌입할 것이라는 대선 이후 '로드맵'도 강조했다. 이 기간 동안 유럽국가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센겐 국경개방협약을 바꿔 EU를 회원국들의 느슨한 공동체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또 유럽연합이 이러한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EU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말했다.
르펜의 이날 연설은 지지자들이 “프랑스” “프랑스” “이것이 우리의 조국”이라는 구호를 잇달아 외치면서 자주 끊어졌다. 출정식에 참가한 전직 엔지니어인 피에르 샤르댕(71)은 “일자리가 무엇보다 프랑스 근로자들에게 가야한다”면서 “우리 주변에 너무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있다”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프랑스 대선은 오는 4~5월 열린다. 결선 투표제에 따라 1차 투표는 오는 4월 23일 진행된다. 이후 상위 득표 후보 2명만 놓고 5월 7일 2차 투표를 실시해 최종 승자를 결정한다.
르펜은 최근 여론 조사결과 1차 투표에서 승리한 뒤 결선투표에서 주류 정당의 후보에게 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집권 사회당 후보인 브누아 아몽 전 교육부 장관의 지지율이 주저앉았고, 중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의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에서 르펜에 희망을 주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르펜은 지난 2011년 인민전선 대표직을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다. 인민전선은 이후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던 거친 수사(rhetoric)를 다듬고, 좌파에 실망한 블루칼라 근로자들을 회유하기 위한 정강정책을 개발해왔다.
FT는 이러한 정책은 주류 정치세력에 실망한 전통적인 좌파 성향의 투표자들, 제조업체들이 문을 닫으며 일자리가 사라지는 지역에서 이 정당이 세력을 빠른 속도로 넓히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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