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요구...논란은 크지만 재배치까지는 머나먼 길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 목란관연회장에서 핵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위한 6차 핵실험 성공 자축 연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2017.09.10.(사진=조선중앙TV 캡처) [email protected]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일축하고 나섰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당론으로 전술핵재배치를 채택하고 '1000만명 국민 서명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존 매케인 미국 상원 군사위 위원장이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송 장관이 방미 때 전술핵재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심각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NBC방송도 전날 '한국의 요청이 있으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미국에서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문제가 거듭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1991년 한반도에서 철수한 미군 전술 핵무기 재배치 논란이 정치권과 미국에서 확산되는 이유는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발사와 6차 핵실험으로 사실상의 핵/미사일 개발 완성단계에 들어갔다는 분석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한국에 배치될 경우 이른바 '공포의 균형'을 달성해 북한을 억제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핵보유국이 서로 상대방을 전멸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 상대방의 핵공격을 유발시킬 위험한 행동을 삼가하게 된다는 것인데 실제로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이같은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김열수 국방대 교수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억제가 될 수 있는 것은 핵무기 밖에 안 되기 때문에 필요하다"며 "더 나아가 중국에 대한 압박용,협상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1991년 비핵화를 선언한 한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국제관계에서 큰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군사적 효용외에도 정치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선 한미 간에도 협의가 돼야하지만 중국,러시아가 전술핵 재배치를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재배치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목이 있지만 미국 핵이 한반도에 상시배치 되는 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방한한 세드키 솝히 이집트 국방장관을 기다리며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밝은 표정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뿐만 아니라 전술핵 재배치의 전제가 되는 미국의 설득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고 교수는 "전술핵 배치는 우리가 도입을 고려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자기네들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가지고 온다고 해야 하는 것이지 한국이 요청한다고 가지고 올 수 있겠냐. 미국도 조야에서 여러 옵션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미국 백악관이 주장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전술핵무기 개량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미국이 '공짜로' 재배치해주지 않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우리가 전술핵 재배치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구체적인 말이 나오면 모를까 한미동맹차원에서 그냥 배치해달라고 했을 때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전술핵재배치 논란 자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정치적인 의도이고 가져다 놓는 순간 심리적 안정정도 있을 뿐이지 이걸 가져다 놓음으로 해서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라며 "공포의 균형이라는 것은 상대방이 50만큼 갖고 있으니 우리가 10을 더해 60을 만들고 저쪽도 더하는 식으로 이른바 공포의 균형이 에스컬레이션(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 해가는 과정인데 미국이 가진 북에 대한 확장억제를 숫자로 어떻게 표현 할 것이며 이것 즉 한미동맹을 못 믿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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