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구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발전된 보존' 결론
【충주=뉴시스】강신욱 기자 = 충북 충주시는 성내동 등록문화재 683호 '구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을 보존·보수해 시립미술관 또는 근대박물관 등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사진은 1931년에 발간된 '충주관찰지'의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 원안 사진은 이무라 지점장. 2016.12.12. (사진=충주관찰지 캡처)[email protected]
4일 충주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시청 중앙탑회의실에서 충주식산은행 보수 후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문화예술자문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대다수 위원은 충주식산은행이 지난 5월 문화재청으로부터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만큼 구체적 보수 계획 수립을 서두르고 더 발전된 보존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 후 활용 방안은 미술산업 육성을 위한 미술관 건립과 건물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역사관 건립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권중호 충주시 문화예술과장은 "조속한 시일 내 충주식산은행과 관련해 더 발전된 보존·보수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활용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충주시가 지역 일부에서 주장하는 건물 복원 반대와 철거를 일축한 것이다.
건물 '복원'이 아니라 '보수'라는 의견도 충주시는 분명히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조선식산은행충주지점 건물 복원반대 시민행동'은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에서 충주식산은행 건물 복원을 반대했다.
이 단체는 "식산은행은 조선인 위에 군림하고 가혹한 수탈을 한 지배자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충주읍성 내 건물을 복원한다면 본래 있었던 조선시대 관아 건물을 복원해야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파괴한 침략자의 건물을 복원하는 것은 일제가 왜곡한 역사를 우리가 다시 왜곡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물을 보존해 시립미술관 또는 근대박물관으로 활용하는 것에도 반대했다.
건물 보존·보수 후 활용 방안도 논란이다.
충주시는 '충주시립미술관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추진 결과 근대문화전시관(박물관)보다 미술관이 더 타당한 것으로 나왔다며 시립미술관 건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술관 활용에는 반대 여론이 만만찮다.
독립운동가 류자명(1894~1985) 선생의 손자 류인국씨는 "역사박물관이나 근대문화전시관에 일제의 조선 침략사와 충주의 비극을 그려낼 줄 알았다"며 "미술관으로 사용하면서 일제의 식산은행 자리였다는 표시 하나로 그들의 잔혹상을 알릴 수 없고 오히려 그들의 건물 양식을 홍보해 주는 역할밖엔 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충주=뉴시스】등록문화재 683호 '구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충주식산은행 건물은 등록문화재 지정 전 철거와 보존을 놓고 지역 여론이 팽팽히 맞선 끝에 충주시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문화재청의 판단에 맡겼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식민수탈기관인 조선식산은행 건물을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지속할 수 있는 근대문화역사관으로 보존·활용하고자 하는 계획은 등록문화재 기본 방향과 요건에 부합한다"는 의견을 내 등록문화재 지정과 함께 활용 의견을 냈다.
조선식산은행 등 일제의 식민수탈기관 건물은 전국 여러 곳에 남아 있고, 상당수가 등록문화재 또는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일부 건물은 금융기관 등 상업시설로 쓰이고 있지만, 일제의 식민수탈을 후세에 전하고자 근대문화역사관 등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지난 5월29일 충주지역 최초의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구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대구시 유형문화재 49호)은 '대구근대역사관'으로, '동양척식회사 목포지점'(전남도기념물 174호)은 '목포근대역사관'으로, '구 한일은행 강경지점'(등록문화재 324호)은 근대역사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강경역사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북 군산의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등록문화재 372호)과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등록문화재 374호)은 각각 '군산근대미술관'과 '군산근대건축관'으로 활용된다.
이들 건물은 미술관과 건축관이지만 '근대'라는 용어를 붙여 일제강점기의 시대상을 담았다.
충주식산은행 건물은 1933년 12월 본관 63평(약 208㎡), 부속건물 34평 규모로 신축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 건물은 광복 후 한일은행 건물로 쓰이다가 1980년대 초 민간에 매각돼 2015년까지 가구점 등으로 사용됐다.
조선식산은행은 일제강점기 특수은행으로, 일제가 식민지 경제 지배에서 동양척식주식회사와 함께 중요한 축으로 삼은 핵심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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