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쳐다봐서 시험 못 봤다고 민원"…중등교사 88% "수능감독 걱정"
"감독관 차출되면 하루 7시간 서 있어야"
85%는 "화장실 갈 시간 없어서 힘들었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11월16일 인천 중구 인일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오고 있다. 2023.11.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한 학생이 감독교사가 자기만 쳐다봐서 시험을 잘 치르지 못했다면서 민원을 넣더라고요", "신규 교사가 쓰러졌는데 보건실에서 진료를 받고 잠시 쉬게 한 후에 오후 감독에 다시 들어가도록 지시한 것도 봤어요".
중등교사노동조합이 오는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실시를 앞두고 전국의 중·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현장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가 11일 나왔다. 교사 10명 중 8명 이상은 수능 감독관, 혹은 안내 방송 등 수능 관련 업무 중 인권 침해를 당할까 봐 걱정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감독관 업무 중 겪은 다양한 고충도 털어놨다.
중등교사노조는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5일까지 21일 동안 전국 중·고등학교 교사 4654명에 총 12개의 문항을 질문했다.
'수능 종사 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인권 침해를 당할 것을 걱정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88%는 "그렇다"고 답했다. '수능 종사 요원으로 업무 수행 중 인권 침해를 당했을 경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단 4%만 "그렇다"고 답했고 87%는 "아니다"고 했다.
'최근 3년 이내 수능 종사 업무와 관련하여 (본인 또는 주변에서) 인권 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라고 묻자 19%는 "예"라고 밝혔다.
인권 침해의 구체적인 예시를 묻자 교사들은 "디스크가 있어서 계속 서서 감독하는 동안 허리 통증으로 매우 힘들었다. 그렇지만 수험생이 냄새가 난다고 민원제기를 할까 봐 파스도 붙이지 못했다", "2교시 시험이 끝나고 답지 등을 본부에 전달한 후 점심 먹으러 갔는데 대기줄이 길어서 제대로 먹지 못하고 다음 교시 시험 감독을 들어가야 했다"고 말했다.
2·3·4교시 감독을 연이어 들어갔다는 한 교사는 "10시30분부터 17시까지 약 7시간을 쉬지 못하고 연속으로 감독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교사 81%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수능 종사 요원 선정 방식에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본인의 의사에 상관없이 수능 업무에 차출되는 점, 황당한 이유로 민원을 받았을 때 감독관을 보호할 방안이 없는 점, 질병으로 인해 감독 업무를 거부했을 때 진단서 제출은 물론 관리자 면담까지 하면서 눈치를 주는 점 등을 꼽았다.
수능 감독 업무를 중·고등학교 교사로 한정 짓다 보니 감독관 수가 적고, 한 사람이 너무 많은 시간을 감독 업무를 해야 한다는 불만도 있었다. 실제 90%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수능 감독 시수 배정은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고 했다.
86%는 '시험 감독이 연이어 있을 때 화장실 가는 시간이 부족해 고충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고, 97%는 '시험 감독으로 하루 287분 가량을 부동자세로 서 있는 게 고충이다'고 했다.
설문에 응한 교사는 "대학교 교직원, 초등학교 교직원을 포함해 감독 인력풀을 만들고, 1인 최대 2시간만 감독관으로 일하게 해 점심 식사 시간과 쉬는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교사는 "수능 일에는 아침 7시까지 출근해 하루 종일 감독을 한다. 집에 가기조차 힘들 만큼 지친다"며 "그리고 다음날 바로 정상근무를 한다. 수능교실을 청소하고 원래대로 교실환경을 바꾼다. 매년 정말 지치고 힘들다"고 호소했다.
원주현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현재 수능은 30년째 고등학교를 고사장으로 사용하고, 중등 교사들의 피땀눈물로 어렵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마저도 강도 높은 업무와 이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당과 처우, 최근에는 안전을 보장 받지 못하는 위태한 환경까지 더해지면서 중등교사들의 수능 종사자 기피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위원장은 또 "수능 감독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에 교사들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수능 감독관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교육부가 서둘러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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