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지사 여비서 성폭행 보도에 충남도청은 '충격'
【홍성=뉴시스】유효상 기자 =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은 남성중심적 성차별의 문화를 극복하는 과정이며 우리 사회를 보다 평화롭고 공정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충남도청 공무원들은 5일 오후까지만 해도 문예회관에서 안희정 지사의 여성 인권에 대한 의지와 다짐을 들으면서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오후 8시 안 지사의 수행비서를 거쳐 정무비서를 담당하던 김지은씨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 지사로부터 8개월 동안 4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자 충남도청은 순식간에 충격과 배신감에 휩싸였다.
충남도청 공무원들에게 안 지사는 민주와 인권을 대변하는 정의의 상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안 지사가 미투운동에 대한 소신을 이야기할 때마다 어느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안 지사가 여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언론 보도에 직원들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특히 김지은씨가 "해외출장을 다니면서 수시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하자 같이 해외출장에 동행했던 직원들조차 믿을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안 지사 성폭행 보도 직후 본사 기자에게도 공무원들로부터 확인 전화가 빗발쳤으며, 모두들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안 지사는 이날 직원간담회에서 “지난 3년간 충남도가 '인권 도정'이라는 관점에서 일체의 희롱이나 폭력, 인권유린이 없도록 노력해 왔다”고 말했기에 직원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안 지사의 기득권 행태가 뒤늦게 드러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안 지사에 비판적인 직원들은 학생운동을 하고 정치권에 들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다가 도지사에 당선된 후 달라진 안 지사의 태도를 문제삼고 있다.
민선 5기 때만 해도 안 지사는 겸손하게 충남 도정을 챙기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고, 도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아 민선 6기까지 재선에 성공했으나 대권 후보로 거론되면서 그의 권위적인 행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안 지사는 대권 경쟁후보로 부각되면서 이전과 달리 주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고, 지난해 대선 이후에는 본업인 도정은 뒷전인 채 매달 해외출장을 다녀오곤 해 심심찮게 구설수에 오르곤했다.
충남도청 한 공무원은 "믿었던 안 지사였기에 배신감은 형용할 수 없다"며 "안 지사의 말대로 합의 하에 이뤄진 부적절한 관계라고 해도 자신의 부하 직원과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은 어떤 말로도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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