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형사처벌 될까…'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논란
"불이익 시사 등 실제 위력 행사 있었어야" 반론도
유사사건 이전 판결은 1심 무죄였다 2심서 실형
'사죄하겠다' 휴대폰 문자가 합의 성관계 뒤집어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비서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는 법적 처벌을 받게 될까. 이를 두고 법조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앞서 안 전 지사의 정무비서관 김지은씨는 지난 5일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룸에 나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 간 안 전 지사에게 반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내가 원해서 가진 관계가 아니었다"며 "지사의 권력이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에 아무 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안 전 지사가 수시로 성추행도 했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일단 형법상 폭행 또는 협박이 수반돼야 하는 강간죄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가 전제되는 준강간죄는 해당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지사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혐의로는 형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성폭력범죄 처벌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 가장 유력하다.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가 성립조건이며 간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추행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안 전 지사의 형사처벌 가능 여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 업무상 위력 간음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성범죄 혐의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일관성만 유지되면 90% 이상 유죄로 인정이 된다. 김씨의 진술이 흔들리거나 거짓일 가능성은 없어 보이기 때문에 일단 처벌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안 지사가 김씨가 싫어하는 것을 알고도 상사라는 점을 이용해 4차례 관계를 가진 것이 인정되고, 만약 김씨가 말한 '다른 피해자' 수사까지 실제로 더해진다면 실형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법적 처벌을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고용상의 상사, 부하 사이라고 무조건 업무상 위력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김씨가 거절할 경우 불이익을 두려워할만한 안 지사의 발언이나 행동이 있어야 한다"며 "시간이 지난 후에 피해자가 '난 사실 싫었지만 윗사람이라서 거절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성폭행이라고 인정하면 그 범위가 너무 넓어진다. 도덕적 비난과 법적 처벌은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꼭 직접적인 협박, 불이익 발언 등이 있어야 위력이 되는 건 아니다. 피해자가 공포심이나 두려움을 느꼈을만한 정황, 이전까지 당사자들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위력 여부를 판단한다"며 "이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부분"이라고 말했다.
형법에서 말하는 위력이란 사람의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힘을 뜻한다. 폭행·협박은 물론 지위·권세를 이용하여 상대방의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안 전 지사 사건의 경우 '상대방의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행위'를 어떻게 특정하고 해석하느냐가 처벌 여부 및 수위를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성=뉴시스】 추상철 기자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의혹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6일 오후 충남 홍성군 충청남도청에서 직원들이 도지사 집무실 앞을 지나고 있다. 2018.03.06. [email protected]
지난 2016년 전주지법 형사항소2부(당시 부장판사 이석재)는 2013년 10월 같이 술을 마신 20대 여직원을 차량 안 조수석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자영업자 이모(당시 49세)씨에게 원심을 뒤집고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앞선 1심 재판부는 "업무상 위력 행위가 없었고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는 이씨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가 입은 스키니진이 차 안에서 벗기기 쉽지 않고 옷이 늘어나거나 단추가 떨어지는 등 강제력 행사 흔적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가 피해자에게 "무릎 꿇고 사죄할 기회 좀 주라" 등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대해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고 봤다.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미투 운동을 거론하며 "상처가 됐다는 걸 알게됐다. 미안하다. 다 잊어라" 등의 말을 한 것과 유사한 대목이다.
또 행동·진술 분석 전문가들의 의견도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줬다.
이들은 피해자 진술에 대해 "가해자의 직위 때문에 고용상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심리적으로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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