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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약통을 요강으로'…여군 화장실 이용 제한한 주임원사

등록 2018.03.12 10: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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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약통을 요강으로'…여군 화장실 이용 제한한 주임원사 

인권위, 주임원사 징계·대대장 엄중경고 권고
"가장 기본적인 생리현상 해소조차 어렵게해"
"절대 다수가 남성인 부대에서 인격권 침해"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여군에게 여자화장실을 쓰지 못하게 한 주임원사에게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징계를 권고했다. 여군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여성부사관 A씨의 근무 환경에 대해 정당한 편의가 제공되지 못한 점, 부대 내에서 A씨를 동료로 인식하지 않고 모욕감을 준 점 등을 들어 군에 주임원사 B씨를 징계하고 대대장 C씨를 엄중권고할 것을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국방부장관에 여군의 야외훈련시 생리현상 해결, 숙영 문제 등에 대한 실태를 점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2016년 9월 육아휴직 후 육군의 한 포병대대에 복직한 A씨는 화장실 이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 

 부대는 여자화장실을 외부인과 함께 사용해야 한다며 A씨에게 화장실 사용시 보고 후 열쇠를 받아서 사용하도록 했다. 이마저도 고장이 나자 50m 떨어진 위병소 면회객 화장실을 사용했지만 병사들이 훈련대기중일 경우 출입이 불편해 정말 급한 경우에는 플라스틱 탄약통을 요강 삼아 사용한 뒤 세면대에 버리기도 했다.

 화장실이 없는 야외훈련장에서 역시 한 상관은 A씨에게 "소나무 구덩이 등 화장실이 지천"이라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2016년 10월 유격훈련 당시에는 여성전용 샤워실과 여자화장실이 설치돼 있었지만 B씨가 "이 곳은 대대장이 사용하기로 했으니 간이화장실을 쓰라"고 사용을 금지했다. 간이화장실은 방음이 되지 않는 등 남자병사들과 함께 쓰기 불편했던 만큼 A씨는 차량을 이용해 1.6㎞ 떨어진 인접 부대의 화장실로 가야 했다.

 B씨는 또 "공사 중인 여자휴게실이 완공되면 컴퓨터를 옮겨 일하라"며 A씨를 소외시키는 지시를 했다.

 화장실 불편과 부대 내에서의 소외로 양성평등상담관인 D씨에게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D씨는 "성희롱 관련 일이 아니면 부대 변경 등 도움을 줄 수 없다"며 도움을 주지 않았다. 울컥한 A씨는 이 자리에서 초임 하사 시절 부대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털어놨다.

 일련의 과정에서 대대장 C씨는 "나는 잘못이 없잖아", "비상식적 행위다, 강 대 강으로 해보자는 거냐"며 A씨를 협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초임 시절 성추행 피해를 겪은 피해자가 절대 다수의 남성이 생활하는 부대에서 가장 기본적인 생리현상 해소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은 피해자의 위축된 심리를 더욱 움츠러들게 해 부대생활 적응을 어렵게 했을 것임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B씨는 여성전용공간을 피해자가 사용하지 말도록 했고 화장실 이용을 위한 차량 지원을 약속하고도 다시 차량을 회수하는 등 대대 주임원사로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며 "C씨는 지휘관으로서 부하 간부의 고충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오히려 유격훈련 기간 중 여성전용 시설을 자신이 사용해 문제를 더 심화시킨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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