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샘 스미스, 가을밤에 무지갯빛이 쏘아올려지는 순간
그의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아임 낫 디 온리 원(I'm Not The Only One)'이 두 번째 순서였는데, 심장의 박동 소리와 가까운 베이스 리듬이 도드라진 이 곡은 성스런 가을맞이에 제 격이었다.
이날 공연은 거룩이라는 단어를 100여분 동안 음악에 구속시킨 듯 성스러웠다. 이번 내한은 그의 두 번째 정규앨범 '더 스릴 오브 잇 올(The Thrill of it all)' 발매를 기념하는 투어 중의 하나다.
코러스가 가득한 가스펠적 사운드로 가득한 이날 공연은 일찌감치 커밍아웃한 스미스가 사랑한 사람과 이별 후의 심정, 동성애자로서 고민 등을 녹여낸 앨범에 담긴 메시지를 무대 어법적으로 승화한 무대였다.
특기할 만한 점은 자신의 고민과 고뇌를 객석에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음악에 자연스럽게 융화시키는 등 음악적으로서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밤을 노래하는 멜로디의 정령들이 달콤하게 잠 들 정도의 감미로움이었다. 코러스의 날렵합과 재즈 팝을 연상케 하는 밴드의 고급 사운드는 막 움튼 가을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호출했다. 음향의 균형감도 최근 내한공연 중 가장 탁월했다.
이번 공연을 주최한 현대카드 관계자는 "스미스는 공연의 음향을 굉장히 세심하게 조율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어제부터 공연 시작 전까지 이틀 간 공연 스태프들과 국내 공연 준비팀은 더 나은 음향을 위해 추가적인 음향 장치를 설치하는 등 음향 컨트롤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귀띔했다.
영화 '007 스펙터' 주제가 '라이팅스 온 더 월(Writing's On The Wall)'을 부를 때는 거대한 삼각뿔이 스펙터클하게 변하는 등 무대 연출도 빛났다.
이날 공연을 요약하면 '폴 인 러브'였다. 스미스와 '사랑에 빠진' 동시에 '사랑 안에 가을'이 있다는 걸 절감할 수밖에 없는 무대였다. 무대에 대한 기쁨과 만족감이 가을 단풍처럼 만발했다. 앙코르 곡으로 들려준 대표곡 '스테이 위드 미'에서 단풍잎 같은 수많은 가루들이 천장에서 떨어지며 객석을 축복했다. 스미스는 서울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다정한 미소로 손을 흔들었다.
또 스미스는 현대카드가 연 '샘 스미스 한글 이름 짓기 대회'와 '샘 스미스 그리기 대회'에도 관심을 보였다. 현대카드로부터 '한글 이름 짓기 대회'에서 1등으로 선정된 '심희수'라는 이름의 한글 족자와 부채를 선물받았다. 부채를 들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이혜지 씨가 작명한 '심희수'의 이름은 한자를 조합 것이다. 마음 심(心), 기쁠 희(喜), 빼어날 수(秀)가 그것으로 '마음을 기쁘게 하는 빼어난 목소리의 소유자인 샘 스미스'를 뜻한다. '샘 스미스 그리기 대회'에 1100여명, '샘 스미스 한글 이름 짓기 대회'에 약 300명이 참여하는 등 스미스의 인기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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