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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유덕화·주윤발…40대 여성, 20년 전 추억 깃든 홍콩서 나를 찾자

등록 2018.10.15 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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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낙조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홍콩 낙조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흔히 홍콩에 추억을 가진 사람을 1980~90년대 홍콩 영화에 열광했던 '40대 남성'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그것은 선입관이나 편견을 넘어 엄청난 오해다.

오리온 '투유 초콜릿' CF 속 '영원한 왕자님' 장궈룽(張國榮·1956~2003), 그 뒤를 이은 '키다리 아저씨' 류더화(劉德華··57), 수천억대 재산 기부 의사를 밝혀 그가 "사랑해요"라고 외치던 '롯데칠성 밀키스'를 사 먹은 것을 자랑스럽게 만든 저우룬파(周潤發·63) 등은 그 시절 10대였던 지금 40대 여성들의 '우상'이자 '이상형'이었다.
 
90년대 20대가 된 그녀들이 유럽 배낭여행에 도전하기에 앞서 '연습'을 핑계 삼아 비행기로 3시간 거리에 불과한 홍콩을 먼저 찾은 것은 당연했다.

빅토리아 피크에 서서 이제는 오히려 낯선 표현이 된 "100만 불짜리 야경"을 외치며 홍콩의 발전상에 부러움을 쏟아냈던 그녀들은 40대가 된 요즘에야 비로소 친구들과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결혼과 출산, 남편 내조와 자녀 양육에 20년 세월을 온전히 희생한 보답이다.

그녀들에게 홍콩은 단순히 추억을 찾아 떠나는 곳이 아니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로 살던 지난 세월의 '나'에서 벗어나 20대의 꿈을, 포부를 되찾으러 향하는 '보물창고'다. 

친구들과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라지만, 두려울 것 없다. 그 시절 젊음을 앞세워 낯선 도시를 누볐던 그녀들이 아닌가. 이제는 전 세계인이 위력을 안다는 '한국 아줌마'인데 뭐가 두려울까. 게다가 당시에도 부러울 정도로 완벽했던 교통과 치안은 더 좋아졌으니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해외로 가족여행을 갈 때마다 내심 걱정하던 것이 항공료와 숙박비다. 하지만 홍콩은 취항하는 저비용 항공사도 많아 그 걱정은 덜 수 있겠다. 숙박비는 요즘 20대가 즐겨 이용하는 에어비앤비부터 하루 이틀 눈 딱 감고 용기를 내고 두고두고 만족할 5성급 호텔까지 다채로워 골라 묵을 만하다. 그저 많이 구경하고, 맛있게 먹고, 즐겁게 놀다 오면 된다.

그런데 어디부터 가야 하고, 무엇을 먹어야 하나. 갈 데, 먹을 데 너무 많아 오히려 고민하게 되는 아이러니 속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홍콩관광청의 '줌마렐라 캠페인'. 그녀들 같이 40대인 이예림 홍보실장이 엄선해 추천하는 곳이니 믿고 떠나보자.

타이퀀 센터 포 헤리티지 앤 아트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타이퀀 센터 포 헤리티지 앤 아트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타이퀀 센터 포 헤리티지 앤 아트(Tai Kwun - Centre for Heritage and Arts) 

란콰이퐁과 소호 사이 드넓은 블록 하나에 '타이퀀 센터 포 헤이티지 앤 아트'가 있다.

1864년 세워져 100년을 훌쩍 넘는 역사를 가진 '센트럴 경찰서'를 경마를 주관하는 홍콩 자키클럽(JC) 후원을 받아 1995년부터 약 10년에 걸쳐 리노베이션해 재탄생시켰다. 경찰서와 유치장 옛 모습을 인터랙티브 전시로 재현한 문화유산 전시장, JC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 공연장 등이 자리한다.

센터 곳곳에 자리한 레스토랑과 카페, 숍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독일 예술 서적 출판사 타셴(Taschen)이 아시아에 처음으로 오픈한 서점이 있어 한국에 없는 책들을 살펴보고 구매할 만하다. 홍콩 최고 찻집 '록차 티하우스' 분점에서는 질 좋은 보이차, 신선한 녹차를 사거나 현지인 사이에서 인기 높은 '채식 딤섬 런치 코스'도 맛볼 수 있다. 지아 부티크 호텔 오너인 셀러브리티 옌 왕의 레스토랑 '올드 베일리'에서는 난징 전통 요리를 감각적으로 해석한 메뉴를 만날 수 있다.

타이콴 매일 오전 10시~오후 11시, 방문자 센터 매일 오전 10시~오후 8시, 타이콴 컨템포러리·JC 컨템포러리 매일 오전 11시~오후 5시(금요일 오후 9시)

닥터 펀즈 진 팔러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닥터 펀즈 진 팔러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닥터 펀즈 진 팔러(Dr.Fern's Gin Parlour)

MTR 센트럴역 옆 홍콩 고급 쇼핑몰 랜드마크 지하 1층에 가면 남성 섹션 중앙에 '닥터 펀즈'(Dr.Fern's)'와 '웨이팅 룸'(Waiting Room)이라는 팻말이 각각 붙은 문 두 개가 보인다. 쇼핑몰 한복판에 병원이 있나 싶지만. 이곳은 병원을 콘셉트로 삼은 술집 겸 카페 '닥터 펀즈 진 팔러'다.

상호에서 알 수 있듯 이 집 주 종목은 '진(Gin)'이다. 전 세계에서 프리미엄 진 250여 개를 공수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하고 독창적인 진토닉 메뉴를 마련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면 감각적이면서 세련된 도시 홍콩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없었을 것이다. 닥터 펀즈는 진의 전통과 매력을 더욱 잘 전달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에 나섰다. "식물학 전문가인 닥터 펀이 방문객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영혼을 위한 처방전'을 만들어준다"는 얘기다. 허브, 꽃, 씨앗 등 세상 어느 술보다 다양한 식물성 재료를 사용하는 진의 특징을 활용했다.

입구부터 살아 숨쉬기 시작한 스토리는 가게 내부에서 더욱 생명력을 얻는다. 약사처럼 흰 가운을 입은 바텐더와 서버, 곳곳에 비치된 고풍스러운 약장과 녹색 식물이 분위기를 더한다.

닥터 펀즈 진 팔러에서 '애프터눈 티 세트'를 즐기는 홍콩 여성들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닥터 펀즈 진 팔러에서 '애프터눈 티 세트'를 즐기는 홍콩 여성들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대표 칵테일인 진토닉은 좁고 긴 글라스에 담겨 다채롭고 향기로운 가니시와 함께 나온다. 오렌지 껍질, 딸기, 식용 꽃 등 재료는 모두 홍콩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된다.

나무를 그대로 베어낸 듯 독특한 플레이트 위에 굴 크림과 캐비어 등 럭셔리한 스낵을 가득 올린 '애프터눈 티 세트'는 국내 수많은 5성급 호텔에서도 만날 수 없는 독특함 그 자체다.

매일 오후 2시~익일 오전 1시.

파퓨메리 트레저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파퓨메리 트레저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파퓨메리 트레저(Parfumerie Tresor)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지만 제일 저렴한 옷'을 사러 가자. 센트럴 서쪽의 한가로운 뒷골목, 19세기 프랑스 파리로 시간을 돌린 듯 고풍스러운 가게가 그곳이다.

프랑스어로 '조향사의 보물'을 뜻하는 '파퓨메리 트레저'라는 상호에 걸맞게 이 집은 전 세계의 창의적이고 독특한 조향 브랜드를 총집결시켰다. 유럽의 크고 작은 향수 아틀리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계약을 맺은 주인의 열정 덕이다.

"이런 것도 있구나!"라고 감탄할 정도로 파퓨머리 트레저가 보유한 향수들은 낯설다. 그러면서 탐난다.

영국 저널리스트 벨라 크레인이 론칭한 '벨라 벨리시마', 19세기 파리와 영국 런던 귀족들 사이에서 인기 높았던 '도르세', 향수의 역사로부터 영감을 얻은 창조적 셀렉션 '히스토리 드 퍼퓸' 등이 가게 안을 황홀한 향기로 가득 채운다.

신데렐라가 왕자 품에 유리구두를 남겼다면 줌마렐라는 다시 찾은 그 도시에 자신만의 향기를 남기고 돌아올 수 있다. 이곳이 있기에.

일~월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 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8시.

스타 페리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스타 페리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스타 페리(Star Ferry)
 
 항구와 스카이라인 그리고 태양이 삼중주한 아름다운 선셋이 태양과 교대한 수많은 경관 조명이 자아낸 휘황찬란한 야경으로 이어지는, 홍콩에서 가장 로맨틱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스타 페리 선상이다.

 19세기 말 처음 운행을 시작한 이 배는 지금도 여전히 매일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운행하며 홍콩 시민들의 발이 돼주고 있다. 동시에 홍콩을 찾은 여행객에게는 홍콩섬과 주룽(九龍)반도를 모두 조망할 수 있는 필수 관광 코스다.

완차이와 라마 섬 등 홍콩 곳곳 부두로 연결되지만, 여행객에게 가장 인기 높은 코스는 빅토리아 하버와 침사추이를 잇는 노선이다. '따뜻한 남쪽 나라' 홍콩에서도 가을을 맞아 선선한 저녁 바람이 뺨을 감미롭게 어루만지는 사이 센트럴에서 출발한 배는 침사추이 오션 터미널을 향해 서서히 다가간다.

승선권은 400원 남짓에 불과하다. 로맨틱 세일링은 배 종류나 수준이 아닌 분위기에 좌우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배에서 내려야 하는 것이 아쉽다면 오션 터미널 옥상 '오션 데크'로 가자. 270도 파노라마로 일몰과 야경을 바라보며 낭만을 이어갈 수 있다. 입장료도 무료라 더욱 반갑다. 

에퓨레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에퓨레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에퓨레(Epure)

침사추이 하버시티 오션 터미널 4층에 진주처럼 숨어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에퓨레'다.

'달로와요 베이커리' 뒤쪽 좁은 입구로 들어서면 밖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우아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은은한 조명과 꽃장식, 샴페인 트레이 등이 완성하는 프랑스적인 분위기다.

이는 이 집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디너 코스에서 그야말로 만개한다. 니콜라스 부탱 셰프는 정통 프랑스 요리의 탄탄한 기본기 위에 제철 식재료와 창조적인 레시피를 더해 요리한다. '프랑스 최고 정육점'으로 꼽히는 폴마드에서 공수한 소고기로 만든 '비프 타르타르', 이름만으로 등 미식가를 입에 침을 가득 고이게 만드는 '홍합 샐러드와 함께 먹는 차가운 호박 수프' 등 계절 메뉴가 이어진다.

독보적인 메뉴와 빈티지 와인 컬렉션을 준비하기 위한 셰프의 노력은 '미쉐린 1스타'로 돌아왔다. 2016년부터 꾸준히 '홍콩 타틀러 베스트 레스토랑'에도 이름을 올렸다. 수많은 파인 다이닝이 격돌하는 홍콩에서다.

런치 세트는 358홍콩달러(약 5만2000원)부터. 디너 6~8코스 988홍콩달러(약 14만원)부터.

매일 정오~자정.

 커피 아카데믹스의 커피 칵테일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커피 아카데믹스의 커피 칵테일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커피 아카데믹스 리펄스 베이(Coffee Academics Repulse Bay)
 
 센트럴에서 버스를 타고 약 30분 달리면 햇빛 아래 야자수가 눈부시게 흔들리는 새하얀 해변이 모습을 드러낸다. 리펄스 베이다. 여행지에서 다시 새로운 여행을 온 기분을 낼 수 있는 곳이다. 

홍콩 부유층 거주지답게 조용하고 깨끗하게 정비된 바닷가는 종일 아름답다. 가을까지 수온이 따뜻해 얼마든지 수영하거나 선탠을 즐길 수 있다.

리펄스 베이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리펄스 베이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문득 지겨워지면 더 펄스 쇼핑 아케이드로 가면 된다. 도시 전체를 통틀어 맛있는 커피로 손꼽히는 '커피 아카데믹스'가 있다. 마누카 허니를 넣은 카페 라테, 오키나와산 비정제 흑설탕으로 독특한 풍미를 더한 커피, 오스만더스 꽃잎을 띄워 차처럼 가볍게 마시는 커피 등 특별한 메뉴가 선택을 기다린다.

어차피 쉬러 온 것인데 정신을 일깨우는 커피보다 오후의 나른함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돕는 커피 칵테일이 어떨까. 홍콩 최고 바텐더 안토니오 라이와 컬래버레이션한 커피 칵테일 6종이 그것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칵테일을 즐겨보고 싶다면 '디카페인 럼 레이진'이 제격이다.

매일 오전 9시~오후 9시.

카인드 키친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카인드 키친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카인드 키친(Kind Kitchen)

고급 유기농 식재료를 판매하는 그린 커먼 슈퍼마켓 안에 채식 레스토랑이 있다. 그것도 유제품, 달걀도 거부하는 '100% 채식주의자'인 비건을 위한 메뉴를 파는 곳, '카인드 키친'이다.

식물성 고기 '옴니 포크'로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와 '탄탄면'을 만들고, 두유와 미소 된장으로 일본풍 '화이트 드래곤 라멘'의 고소한 맛을 낸다. 최고급 찻잎과 오트 밀크로 우려낸 '홍콩 오트 밀크티' 코코넛 밀크를 추가한 무알콜 모히토인 '코히토' 등 홍콩의 유명한 유기농 차 제조사와 함께 선보인 드링크 메뉴도 돋보인다. 
 
이곳에 들어설 때 '무슨 맛으로 먹지?'라던 비웃음 섞인 호기심은 나설 때쯤 '내 건강과 지구 환경을 위해 나도 비건이 돼볼까?'라는 현실을 망각한 결심으로 이어진다. 한국에 카인드 키친이 없는 데도 말이다. 

매일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모트 32'의 '베이징 카오야'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모트 32'의 '베이징 카오야'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모트 32(Mott 32)

지난 여름 서울 중구 회현동에 신세계 조선호텔의 독자 브랜드 럭셔리 부티크 호텔인 레스케이프 호텔이 문을 열었다.

호텔은 아직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지만, 호텔 내 식음(F&B) 업장은 세계 유수의 레스토랑과 제휴에 '정용진의 선택'이라는 후광 효과까지 더해져 장안의 미식가를 만족시키며 빠르게 안착했다.

대표적인 곳이 6층 중식당 '팔레드 신'이다. 이곳이 손을 잡고 레시피와 노하우를 도입한 곳이 홍콩 센트럴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빌딩 지하에 터를 잡은 광둥식 레스토랑 '모트 32'다.

상호는 1851년 미국에서 최초로 문을 연 중국 잡화점의 주소인 뉴욕시 모트 스트리트 32번지에서 따왔다. 이곳의 스타일리시한 인테리어는 당시 막 태동하던 세계 최대 도시의 거친 풍경에서 영감을 얻었다.

메뉴 역시 광둥 전통 요리에 서구의 미감을 섞었다. '블랙 트러플로 향을 낸 닭고기 냉채' '털게와 문어로 속을 채운 소롱포' '이베리코 돼지 바비큐' 등 이색 메뉴는 이곳에서의 한 끼 식사를 버킷리스트에 올리게 만든다.

놓치지 말아야 할 메뉴는 팔레드 신에서도 인기 높은 '베이징 카오야'(페킹 덕)다. 사과나무 장작으로 42일간 구워내 이룬 풍미는 20년 전 빅토리아 피크의 야경처럼 20년 뒤에도 우리를 흐뭇하게 만들 것이다.

매일 런치 정오~오후 2시30분, 디너 오후 6시~10시30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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