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간 살인·폭력, 최근 급증?…10년 전 더 많았다
살인 2000년대 121건→2010년대 103건
애인 간 폭력 사건도 9245건→9049건
알고보니 급증 범죄 아닌 고질적 문제
"가부장적 문화·솜방망이 처벌 등 원인"
데이트 살인을 포함하는 '데이트 폭력'이라는 용어는 2000년대 중반부터 대중매체를 통해 처음 등장했다.
시민단체 한국여성의전화가 2009년부터 '데이트 폭력 실태조사'를 발표하는 등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사회적 용어로 쓰이는 모습을 보였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사건의 대중 노출 빈도도 늘었다.
하지만 연인 간 살인·폭행은 2000년대에 더 많이 발생했고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오히려 사건 수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 매체 노출 정도나 대중 주목도에 얼핏 최근 급증하거나 기승을 부리는 범죄 유형처럼 보이지만 사실 오랜 시간 꾸준히 발생돼 온 고질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애인 간 살인, 2000년대 평균 121건→2010년대 평균 103건
21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애인 간 살인(미수 포함)은 평균 103.4건이다. 10년 전 같은 기간인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발생한 애인 간 살인은 평균 121.4건이었다.
데이트 살인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 우려, 관심도가 더 높아진 2010년대에 오히려 관련 사건은 줄어든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0년대에는 애인 간 살인이 ▲2001년 117건 ▲2002년 108건 ▲2003년 122건 ▲2004년 138건 ▲2005년 120건 ▲2006년 125건 ▲2007년 120건이었다.
2010년대에는 ▲2011년 127건 ▲2012년 100건 ▲2013년 107건 ▲2014년 108건 ▲2015년 102건 ▲2016년 95건 ▲2017년 85건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애인 간 폭력 사건도 10년 전인 2000년대에 소폭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17년 사이 애인 간에 일어난 폭력범죄(강간은 강력범죄로 제외)는 평균 9049건이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는 평균 9245건으로 더 많았다. 다만 폭력의 경우 2016년에 처음으로 1만건이 넘었다는 특징이 있다.
2010년대에는 ▲2011년 8256건 ▲2012년 8636건 ▲2013년 8203건 ▲2014년 7828건 ▲2015년 9078건 ▲2016년 1만1016건 ▲2017년 1만326건이 발생했다.
다만 통계청에 따르면 이들 통계는 피해자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명확히 구분된 수치는 아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물리적인 힘의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일 것으로 추측된다.
◇10년 전 더 많았던 '고질적 문제'…왜 계속될까
이처럼 데이트 폭력·살인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가부장적인 문화가 법적인 부분으로도 이어지는 것에 주목한다. 이런 탓에 관련 사건에서 남성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부장적 문화의 지표로 사용되는 '가사분담률'을 살펴보면 한국 남편들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을 보인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2014년 기준 OECD 통계와 한국노동패널조사를 활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1일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통계 대상 국가들 중 유일하게 1시간이 채 안 된다.
재판부가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특히 살인 등 강력범죄가 아닌 이상, 데이트 폭력은 주로 특수상해나 폭행·협박 등의 혐의를 적용받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집행유예 정도로 그치는 경향이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재판부도 데이트 관계를 마치 가정 내 일로 보듯 많은 부분을 허용해서 위력 입증이 안 된다고 보고 형량도 약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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