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아들 '올A+' 사실로…학사비리의 유구한 역사, 왜?
교육부 조사, 서울과기대 사건 사실 결론
1993년에도 부정 입학 1400여명 적발돼
교직원 자녀 입학 등 서울과기대와 비슷
2000년대 이후에도 자녀 특혜 적발 계속
지속 발생 원인은 여전한 학벌 지상주의
교수·교직원들 지위 악용 유혹 못 떨쳐내
"평범해 보일 정도로 없어지기 힘든 현상"
"연줄 없으면 기회 박탈, 국가 경쟁력 약화"
"대학들, 막을 규정 있는지 확인도 어려워"
교육부는 서울과기대에 당사자들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대학에도 기관경고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지난 28일 밝혔다. 행정조사로 한계가 있는 의혹까지 밝혀내기 위해 검찰 수사도 의뢰하기로 했다.
이번 교육부 조사는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서울과기대 공대 소속 현직 A교수가 2014년 자신의 소속 학과에 아들을 편입학 시켰고, 본인이 개설한 8개 강의를 수강한 아들에게 모두 A+ 학점을 부여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 같은 대학교 학사비리는 사실 수십 년 전부터 근절되지 않고 계속돼 온 고질적인 병폐다.
◇사례 없는 대학 찾기 힘들 정도
언론 등에 노출된 공식 조사결과로 학사비리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첫 시점은 1980년대부터다.
교육부가 지난 1993년 5월 발표한 입시 감사 결과에 따르면 1986학년도부터 1993학년도까지 전국 각 대학에 부정입학한 학생은 모두 1412명이었다.
교육부는 당시 75개 대학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고 이 결과 연세대, 고려대를 비롯한 52개 대학에서 신입생 부정입학 900명, 부정 편입학 118명, 주관식 채점 착오로 인해 합격·불합격이 바뀐 학생 343명 등을 적발했다.
주관식 채점 착오를 제외하고 신입생 부정입학과 부정 편입학 등의 비리가 있었던 대학은 20개에 달했다.
당시 적발된 사례에는 이번 서울과기대 사건처럼 교수, 교직원 자녀에게 특혜를 주는 유형이 다수 포함돼 있다.
1990년 연세대는 교수 자녀 6명의 지망학과를 정정해 부정 합격시켰고, 이중국적자 2명을 외국인으로 인정해 입학을 허가했다. 고려대는 1988년과 1989년에 교직원 자녀 21명 등 총 27명을 특혜 입학시켰다. 인하대는 1988학년도 신입생 추가 등록 시 교직원과 재단계열 임직원 자녀 등 43명을 특혜 선발했다.
성균관대, 한성대, 영남대, 부산외국어대, 전주우석대 등은 돈을 받고 성적을 조작해 신입생을 부정입학 시킨 사례가 적발됐다.
2000년대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교육부는 2005학년도 수시 1학기 모집에서 서강대 한 교직원 자녀의 합격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사실을 감사에서 적발했다며 대학 측을 기관경고하고 해당 교직원 징계를 요구했다.
당시 해당 학생은 고교 내신성적이 좋지 않은데다 수능 모의평가에서도 중간 정도의 성적을 보였지만 수시 1학기 전형의 30% 비중인 영어 논술에서 전체 지원자 2667명 가운데 유일하게 만점을 받았다. 교육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뢰해 이 학생이 재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2007년 교육부가 실시한 편입학 실태 특별조사에선 부정입학 사례가 없는 주요 대학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당시 조사 대상은 연세대·건국대·경원대·경희대·고려대·국민대·단국대·서강대·성균관대·이화여대·인하대·중앙대·한양대 등 13곳이었다. 이들 대학은 교수·교직원·동문 자녀에게 면접에서 특혜를 주거나 합격을 대가로 기부금을 받는 등의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교육부-교사노동조합연맹 본교섭이 열린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회의실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11.27. [email protected]
이 같은 일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의 원인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학벌이 사회적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꼽힌다. 이러다보니 자신이 대학 교수나 교직원이라는 점을 악용할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 소재 대학의 교수는 "학벌주의가 공고해지면서 나타나는 '평범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없어지기 힘든 문제"라면서 "결국 연줄이 없는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크게 보면 국가 전체 경쟁력도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처럼 자녀 특혜 문제 같은 경우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더욱 유혹에 빠지기 쉬울 수 밖에 없다"면서 "임용된 후 그런 케이스를 본 적이 없다고 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학들의 학사 비리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학들이 공정한 입학 및 성적 관리 등을 위한 규정을 갖고 있는지 여부조차도 확인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공정성을 담보하는 큰 틀의 법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서울과기대처럼 국립대 같은 경우 구성원들이 교육 공무원이라서 관련 규정이 더 엄격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쪽이 더 구멍이었던 것"이라면서 "법적으로 대학들이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현재 없다보니, 자체적으로 규정이 있는 곳일지라도 어느 정도 범위일 것인지 확인조차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단 과기대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며 "교육부 차원의 전반적인 실태조사라든지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이번 서울과기대 사건을 계기로 다른 4년제 대학들에 대한 전수조사도 실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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