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시리아 미군 철수 "환영"… 푸틴에 이어
미군과 쿠르드족 반군의 공조와 친화에 큰 불만
【이스탄불=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양국을 직접 연결하는 천연가스관(터키스트림)의 해저 구간 완공 축하행사에 참석해 다정하게 서로 바라보고 있다. 2018.11.20
AP 통신에 따르면 터키의 메블뤼트 카부소을루 외무장관은 21일 낮(현지시간) 몰타 방문 중 앞서 19일 낮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선언한 시리아 철군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미군의 시리아 철군으로 우선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그를 돕고 있는 러시아 및 이란을 일차 수혜자로 꼽을 수 있고 터키를 그 다음으로 지목할 수 있다. 또 전면적 패퇴 위기에 놓였던 이슬람국가(IS) 조직이 재기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부터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소극적인 개입 노선을 지켜 반군을 극히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선에 그쳤다.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자국민에게 사용한 정황에 미사일 폭격을 거론했던 오바마는 실행하지 않았고 온건 반군들에 대한 적극적인 무장화 전략도 채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급진 시리아 반군 조직 일원이던 IS가 이라크를 전격 침입한 후 3개월도 못 된 2014년 8월부터 미국은 프랑스 및 영국 등과 함께 연합군을 구성하고 공습 폭격에 나섰다. 이로 해서 IS의 타격도 컸지만 내전 3년 지나 반군에 밀리고 있던 아사드 정권도 미군의 개입에 심리적으로 커다란 압박감을 느꼈다.
2015년 9월30일 러시아 공군이 아사드 대통령의 지원 요청을 구실로 시리아 반군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 그러자 미국은 이라크 쪽과 달리 별로 구체적인 계획이 없던 시리아에의 지상군 파견을 결정했다. 동북부 락까주의 IS 본거지 소탕에 주목적이었지만 시리아 서부에서 러시아 입지가 튼튼해진 사실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러시아의 시리아 공군 기지 흐메이밈은 지중해변으로 유프레테스강 서쪽에 있고 미군의 지상군들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락까는 멀리 강 동쪽에 있다. 미군은 온건 시리아 반군 중 쿠르드족 중심의 시리아민주대(SDF) 및 인민수비대(YPG)를 시리아 IS 소탕 및 락까 탈환 파트너로 골랐다. 이에 터키가 크게 반발했다.
시리아 쿠르드족은 200만 명에 지나지 않으나 반군 활동을 통해 북동부 끄트머리에서 유프라테스강을 넘어 서안까지 진출하는 힘을 보였다. 자국내 1500만 명이 넘는 쿠르드계의 분리독립 움직임과 30년 동안 싸워온 터키는 시리아 쿠르드족과 자국 쿠르드족의 연계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고 특히 시리아 내 YPG를 분리 무장투쟁을 이끄는 '테러' 조직 쿠르드노동당(PKK)의 하부 세력으로 지목했다.
터키는 시리아 내전 초반부터 아사드의 퇴진을 강력하게 주장해 아사드의 핵심 동맹인 러시아와 부딪혔고 2015년 러시아 전투기 추격까지 발생해 사이가 한층 소원해졌다. 그러나 미군이 시리아 쿠르드족의 든든한 후원자 역을 계속하자 터키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화해하고 미국을 배제하며 러시아 및 이란과 함께 시리아 휴전 중재를 맡았다.물론 터키는 나토 동맹인 미국과 프랑스 등의 IS 공습 전투기가 자국 인시리크 기지에서 발진하는 것은 허용했다.
쿠르드족 반군이 유프라테스강 건너 자라블루스를 장악하자 2016년 초 시리아 국경을 넘었던 터키는 지중해와 가까운 접경지의 쿠르드족 거주지 아프린을 손에 넣기 위해 2018년 1월 다시 시리아 국경을 넘었다. 미군은 2017년 여름 SDF 및 YPG를 앞세워 락까를 점령 탈환했고 시리아 IS는 강 아래 하진 혹은 강 넘어 이들립으로 도망갔다.
시리아 지상 파견 규모가 2000명에 달한 미군이 락까 문제 해결 뒤에도 YPG와의 공조 체제를 허물지 않자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보름 전 유프라테스강 강변의 만비지 내 쿠르드 민병대 축출을 위해 곧 세 번째 시리아 월경 공격을 실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미국이 터키에 그러지 말 것을 경고했다.
그런 상황인데 19일 트럼프가 전격적으로 시리아 파견군 전원 철수를 선언한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은 즉시 비판했고 한나절 지나 시리아 쿠르드족이 '패닉' 상태를 수습하고 강력한 반대 성명을 냈으나 같은 시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대환영한다고 말했다.
하루 넘게 표정 관리하던 터키가 이틀째인 이날 환영 논평을 공식으로 냈다. 최대의 수혜자인 시리아 정부와 IS는 말로 표현할 필요성을 아예 느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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