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③]1956~2019, 태극전사들 영욕의 63년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뉴시스】 22일 오후 쿠알라룸푸르 부킷 잘릴스타디움에서 열린 2007아시안컵 8강 한국 대 이란 경기에서 이천수(한국)와 마단치(이란)가 몸싸움을 펼치고 있다.
가장 화려하던 시절은 5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콩에서 열린 1회 대회와 홈에서 열린 2회 대회에서 내리 우승을 차지했다. 김용식 감독이 팀을 이끌었고 조윤옥, 우상권, 문정식 등 당대 최고의 공격진이 득점을 연거푸 성공하면서 대회 연패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의 우승 맥은 여기서 끊겼다. 1964년 대회에서 3위로 내려앉은 한국은 1968년 대회에서는 일본과 중국에 밀려 아예 본선에도 참가하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후에는 대권에 제대로 도전하지 못했다. 다시 본선 무대를 밟은 1972년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1976년 본선 진출에 또 다시 실패했다. 아시안컵에 관한 한 암흑기였다.
1980년 대회에서 다시 한 번 본선에 진출하면서 숨통을 틔웠다. 쿠웨이트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한국은 조별예선 3전 전승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에서도 홈팀 쿠웨이트에게 3-0 승리를 거두는 등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결승까지 진출했다. 대진도 나쁘지 않았다. 조별 예선에서 이긴 개최국 쿠웨이트와 다시 만났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 0-3으로 완패하며 눈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놓쳐야 했다.
1984년 대회는 한국에게 역대 최악의 대회다. 조별예선에서 인도, 북예맨 등 상대적인 약체들을 만나 3승1무 13득점 무실점의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도 본선에서는 2무2패 1골 3실점으로 A조 최하위로 조기 탈락했다. 득점 또한 '한국의 게르트 뮐러'라고 불린 이태호가 넣은 골이 유일했다.
1988년 대회는 60년 대회 이후 한국이 가장 우승컵에 근접한 대회다. 조별리그를 전승으로 통과한 한국은 4강에서 중국에 2-1로 승리하며 결승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붙었다. 0-0 무승부 끝에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했다. 득점왕(이태호 3골)과 대회 최우수선수(김주성)를 배출하고도 마지막 결과가 아쉬웠다.1992년과 1996년 대회도 한국 축구사의 '흑역사'로 남아있다. 1992년 일본 대회에서는 아예 본선도 밟지 못한 것은 물론, 라이벌로 기세를 얻던 일본의 첫 우승을 바로 옆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도하(카타르)=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박지성(오른쪽)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은 박지성이 얻어낸 PK를 전반 23분 기성용이 성공시켜 1-0으로 앞서던 중 36분 마에다에게 동점골을 허용, 1-1로 전반을 마쳤다.
2000년대 들어서 한국은 다시 대권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고비를 넘지 못했다. 2000년 대회에서는 당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이동국을 앞세워 우승에 도전했으나 4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게 패하면서 4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04년 대회에서도 조별 리그는 1위로 통과했지만 8강에서 이란과 난타전을 벌인 끝에 3-4로 졌다. 설기현과 이동국, 김남일이 득점에 성공했지만 이란 역사상 최고의 사령탑인 알리 카리미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했고 박진섭이 날아오는 크로스를 막다가 자책골을 허용한 장면이 뼈아팠다.
2007년 대회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조별리그 2위로 8강에 오른 한국은 전 대회에서 쓴맛을 안긴 이란을 물리치고 4강에 올랐다. 그러나 이라크에게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지면서 다시 좌절해야했다. 대회 기간에 이동국·이운재·우성용·김상식 등이 선수단에서 몰래 나와 술을 마신 사실이 알려지며 국가대표 1년 자격 정지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2011년 대회는 상당히 분위기가 좋았다. 이 대회 이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을 중심으로 기성용 등 한국 축구의 미래들이 힘을 합쳤다. 4강까지 쾌속진격한 한국은 결승 길목에서 일본을 만났다. 이 경기에서 극적인 골들이 연거푸 터졌다. 1-2로 패색이 짙던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터진 황재원의 골에 한국 전역이 들썩였다. 하지만 2-2로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3-0으로 패하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시드니(호주)=뉴시스】 고범준 기자 = 31일(현지시간) 오후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대한민국과 호주의 결승전에서 한국 손흥민이 호주 수비수와 헤딩을 하고 있다. 2015.01.31. [email protected]
분위기는 좋았다. 기간 내내 김진현의 신들린 선방이 나왔고 당시만 해도 유망주라 평가받은 손흥민이 연거푸 골을 터뜨리며 한국을 결승까지 올려놨다. 한국은 결승에 가기까지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결승에서 만난 팀은 홈팀 호주다. 결승답게 접전이 펼쳐졌다. 그 어느 경기보다 드라마틱한 전개가 이뤄졌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종료 직전 손흥민이 동점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에서 제임스 트로이시에게 결승골을 얻어맞고 1-2로 무릎을 꿇었다. 오른쪽 풀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해 대표팀의 맏형으로 중심을 잡은 차두리의 은퇴까지 맞물리며 가장 아쉬운 결승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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