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KAL 경영에 참여?...연금사회주의·소송 비화 우려도
국민연금 경영관여, '연금 사회주의'·''국제소송' 비화 우려 제기
본연의 목적인 수익성에 집중하기보다 '재벌개혁' 등 정치화될 우려 제기
한진家 갑질 계기로 경영권 개입을 정당화하는 것은 더욱 큰 부작용 초래
정상적 기업 경영활동까지 위축시킬 가능성...'헌법 제126조' 위헌 소지도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재하는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안건에 대해 논의한다.2019.01.16. [email protected]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 기금운용위원회는 16일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올해 1월 한진그룹의 지주사 역할인 한진칼 지분 434만3217주(7.34%)를 보유한 3대 주주, 대한항공 지분 1109만3807주(11.56%)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자들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지침이다.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steward)처럼 고객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투자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초기 자본시장법상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부터 우선 도입하고 경영 참여 주주권은 제반여건이 조성된 후 이행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그 전이라도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한 경우에는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참여연대 등 8개 단체는 이날 집회를 통해 국민연금에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한 반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이 결여된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는 연금사회주의이며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배구조포럼과 공동으로 이날 전경련 회관 컨퍼런스 센터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국민연금이 위헌적 연금사회주의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는 공적연금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계가 있는데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에는 독립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방안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국민연금의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이 복지부 장관이고 당연직 위원 4명이 주요 부처 차관인 상황에서 독립성 확보 방안 없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용한다면 국민연금의 정치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수석연구위원은 "독립성이 낮은 국민연금이 환경, 사회공헌, 지배구조 문제에 관여하게 되면 부당한 경영 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주주의 이익과 상충될 우려가 있다"며 "경우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투자자-국가 간소송(ISD)을 당해 국제소송전으로 비화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지부 등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국민연금의 조양호회장 일가에 대한 주주권행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9.01.16. [email protected]
연세대 경제학과 양준모 교수는 "국민연금법 제102조 2항에서 국민연금이 최대수익을 획득하도록 운영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가치를 위해 손실을 야기할 수 있는 개입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2025년에는 국민연금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9%를 가질 것이라는 전망인데,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에 개입을 하게 된다면 이것은 사회주의 경제체제"라고 지적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통해 한진그룹과 같은 민간기업의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그 근거로 국민연금이 경영참여를 하는 것은 헌법 제126조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헌법 제126조는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 할 수 없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경우에만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고 그 외의 경우에는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하자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관이 기금운용위원장을 맡고, 기금운용본부장도 정부가 검증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재벌개혁을 위한 관치로 이어져 연금사회주의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결정하는 수탁자전문책임위원회 위원 14명 중 9명이 정부 산하 연구기관 추천이나 노동계 인사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때 ‘기울어진 운동장’을 걱정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최완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까지 위축시킬 가능성을 우려했다.
기업이나 최대주주 등이 사익추구를 하는 경우 형법,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 여러 법에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면서 정치적 경영개입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만 하더라도 '차등의결권'을 통해 창업주의 안정적인 경영권을 보장하면서 고용과 투자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데 경영권을 흔드는데 집중하기보다 이런 부분을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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