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싸울게"…위안부 피해 생존 23명, 빈소서 오열
이용수 할머니, 故김복동 빈소에서 오열
"다 잊어버리고 아픈 곳 없이 훨훨 날아"
"아베, 아직도 죄 몰라…끝까지 싸울 것"
길원옥 할머니도 휠체어 타고 빈소 찾아
말 못 잇다 "조금만 더 있다 가지" 혼잣말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서 길원옥 할머니가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email protected]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이용수(91) 할머니는 29일 고(故) 김복동(향년 93세) 할머니의 영정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날 오후 3시50분께 서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 할머니의 빈소를 찾은 이 할머니는 "다 잊어버리고 하늘나라에서 먼저 간 할머니들이랑 만나서 거기서도 열심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우리가 무슨 죄가 있냐, 아무 죄도 없다"며 "저 하늘나라에서 아픈 곳 없이 훨훨 날아 우리를 도와 달라"고 두 손을 모았다.
이 할머니는 "너무 서럽다. 아직까지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아베, 자기 죄도 모른다"며 "끝까지 싸워서 이길 것이다. 훗날에 내가 다 전해 드리겠다"고 김 할머니의 영정에 대고 약속했다.
이 할머니는 김 할머니와 함께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고발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이 할머니는 일본군의 위안부 피해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길원옥(91) 할머니도 이 할머니에 앞서 김 할머니의 빈소를 찾았다. 오후 2시34분께 휠체어를 타고 온 길 할머니는 엷은 미소를 짓고 있는 김 할머니의 영정을 한참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김복동 할머니 보시니까 어떠냐', '하고 싶은 얘기 하시라'는 정의기억연대 관계자들의 말에도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만 숙이다가 김 할머니의 조문보를 보며 "조금만 더 있다가지"라고 작게 혼잣말을 했다.
길 할머니 역시 김 할머니와 함께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고발하는 데 평생을 바친 평화·인권운동가다. 2002년부터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로 세상에 나서 전세계에 여성인권의 현주소를 알렸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조문을 하고 있다. 2019.01.29. [email protected]
김 할머니가 생전에 좋아하던 노란 빛 스카프를 입고 김 할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길 할머니는 '뚜벅뚜벅 걸으신 평화인권 운동의 길, 저희가 이어가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읊조렸다.
지난 28일 오후 10시41분께 암으로 운명을 달리한 김 할머니는 세계 곳곳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를 증언하고 일본 정부에 사과를 요구한 국내 '위안부' 피해의 산 증인이었다.
김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중 생존자는 23명으로 줄었다.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부터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이 할머니를 연기한 배우 나문희, 이정미 정의당 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할머니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 위한 조문객들이 줄을 이었다.
김 할머니의 발인은 오는 2월1일 엄수된다. 김 할머니는 병원에서 출발해 서울광장을 거쳐 지난 평생을 서슬퍼런 눈으로 지켜봤던 일본대사관 앞에서 노제를 치른 뒤 충남 국립 망향의 동산에 안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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