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공공기관 압박에 '백기'…5년간 상위직 151명 줄인다
기획재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개최, '2019년 공공기관 지정안'을 심의하면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공운위는 금감원이 지난해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하면서 내건 네 가지 조건을 어느정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채용비리 근절 대책,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 엄격한 경영평가 등은 이미 이행했고, 비효율적 조직 운영 부문도 수용할만한 감축 계획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지정을 피한 금감원은 다행스러우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상위직급을 축소해야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방만경영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17년이다. 당시 감사원은 1~3급 직원 비중이 전체 직원의 45.2%에 달한다는 점을 금융 공공기관 평균인 30.4% 수준까지 줄이라고 요구했다.
약 1년간 고심한 금감원은 향후 10년간 1~3급 직원을 35%까지 축소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급속한 상위직급 축소는 조직운영의 어려움을 부를 수 있어 장기간에 걸쳐 조직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올해 예산 책정과정에서 상급기관 격인 금융위와 갈등을 빚어가면서까지 해당 안을 지켜냈다.
하지만 공공기관 지정 논의를 앞두고 기재부가 10년이란 기간에 난색을 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상위직급을 35% 낮추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 수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했고, 윤석헌 금감원장은 "(5년 만에 35%로 줄이려면)쉽지 않겠지만 필요한 조건이라면 최선을 다해 방안을 찾아야한다"며 수용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금감원은 10년이 아니라 5년 안에 상위직급을 35%까지 축소하고 매년 감축 실적을 공운위에 제출한다는 계획을 내놓고서야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게됐다.
감축 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줄어들면서 금감원은 당초 예상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상위직급을 축소해야한다.
지난해 말 기준 금감원의 1~3급 비중은 42.8%다. 임원을 제외한 금감원 전체 직원 1943명 가운데 1~3급이 831명이다.
전체 직원 숫자를 동일하게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5년간 1~3급 직원을 151명 이상 줄여야 35%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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