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소음·냄새 심각" vs "교육적 가치"…목동 영도초 급식실 신설 충돌
주민들 "아파트 20m 거리에 급식실, 소음·냄새 심해"
"주차장, 생태공원 등 학교 내 다른 부지에 신설하라"
학교측 "주차장은 협소하고 생태공원은 이미 활용 중"
"기술로 소음·냄새 완화 가능…교육적 가치 고려해달라"
【서울=뉴시스】구무서 기자 = 서울 양천구 영도초등학교 정문이 급식실 신설 공사를 앞두고 폐쇄돼 있다. 영도초와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급식실 신설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2019. 02. 01. [email protected]
서울 양천구 영도초등학교는 학생과 교직원 등 1500여명이 사용할 수 있는 급식실을 신설할 계획이지만, 주민들은 냄새와 소음 문제가 예상된다며 학교 내 다른 부지를 활용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7일 영도초와 목동 3단지 307동 주민들에 따르면 이 곳 주민들은 지난달 28일 학교와 서울시교육청 등을 상대로 학교 급식실 신설 부지 이동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 1일 기자가 직접 방문한 영도초 정문은 급식실 공사를 위한 가림막으로 출입이 불가능하게 폐쇄돼 있었다. 학교는 이 곳에 급식실을 새로 지을 예정이다.
현재 양도초에는 조리실만 있다. 조리실에서 급식을 만들어 교실로 가져다주면 학생들은 자기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한다. 영도초 측은 좁고 노후화된 조리실 대신 학생들이 다 같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을 포함해 새 급식실을 만들 계획이다.
문제는 새 급식실을 만드는 위치다. 착공 예정인 곳은 목동 3단지 아파트와 불과 약 20m 남깃 거리에 있다. 성인 걸음으로 20초면 급식실에서 아파트 현관에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아파트 바로 앞에 급식실이 생기면 소음과 냄새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목동 3단지 307동 이복남 동대표는 "학교 급식실을 짓는 걸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학교 내에 주차장과 생태공원 등 급식실을 지을 수 있는 다른 부지가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또 학교 측이 의견수렴 절차에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28일 설계설명회가 있었지만 이미 설계용역이 같은해 7월에 들어가 부지가 확정된 상태였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5일에는 착공설명회가 있었으나, 설명회 안내를 위한 공지문도 하루 전 날인 24일에야 우편함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307동 주민인 김모씨는 "급식실 환풍구를 학교 쪽으로 돌리겠다고 하지만 바람이 불면 무용지물"이라며 "현재 있는 조리실의 냄새와 소음에도 30년 동안 참고 살아왔다. 주민의 환경도 고려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학교 측은 주민들이 요구하는 주차장 부지는 공간이 협소해 급식실 공사를 할 수 없는데다, 생태공원은 유치원, 초등학생들이 교육적으로 활발히 활용하고 있어 급식실 신설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1일 방문했던 영도초 생태공원에는 올 봄에 꽃을 피우기 위해 씨앗을 숨겨둔 꽃밭과 고추, 가지 등 야채 재배를 체험할 수 있는 텃밭이 조성돼 있었다.
영도초 임동찬 교장은 "급식시설의 기술들이 좋아져 소음을 줄일 수 있고 환풍구도 아파트가 아닌 운동장 쪽으로 돌려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교육적 가치를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주민과의 협의에 대해서는 "건축 시행의 주무는 교육청"이라며 "주민 의견을 취합하는 게 좋지만 반드시 필요요건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학교시설은 학교시설사업촉진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주민들과 협의를 해서 지으면 좋지만 법에 따라 적합하게 신축하면 크게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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