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 유족, 2심도 승소…법원 "국가 배상"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1심 이어 2심도 승소
부모는 각각 1억5000만원, 누나 3명 각각 2000만원
"22년간 식구가 고생한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냐"
【서울=뉴시스】신태현 기자 = 20년 전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아더 존 패터슨이 지난 2017년 1월25일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에서 나서는 피해자 고 조중필씨의 어머니 이복수씨. 2017.01.28. [email protected]
서울고법 민사32부(부장판사 유상재)는 13일 피해자 고 조중필씨 어머니 이복수씨 등 유족 5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조씨 부모는 각각 1억5000만원을, 누나 3명은 각각 2000만원을 지급받는다.
정부 측은 항소심에서도 배상책임이 인정되면 수사검사가 앞으로 어떻게 자유롭게 수사할 수 있냐는 취지로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씨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는 4월3일이면 (사건이 발생한 지) 만 22년이 되는데 이 고통을 검사 2명 때문에 당하고 살았다"며 "이제 그 배상(책임)이 (인정된 판결이) 나왔지만 22년 식구가 고생한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이렇게 승소하게 돼서 많이 기쁘다"고 말했다.
앞서 1심 역시 검찰이 초동 수사를 잘못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은 패터슨과 에드워드가 살인죄 공범이라는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미군 범죄수사대도 패터슨이 칼로 찔렀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그런데도 검찰은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채 수사를 진행했고, 초동수사결과를 번복할 만한 합리적 근거도 없이 패터슨의 진술을 진실로 믿고 불기소 처분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유족들은 2001년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조씨의 부모에게 각 1500만원을, 누나들에겐 각 100만원씩 총 33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검찰이 패터슨의 범죄인 인도청구를 지연시켰다는 유족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유족들이 진범 아더 존 패터슨(40)과 공범 에드워드 리(40)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1심에서 원고 패소한 바 있다. 법원은 유족들이 살인 사건에 대해 이미 2억원대 배상 판결을 받아 같은 이유로 또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패터슨이 도주한 점에 대해서는 민사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봤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4월3일 오후 10시께 서울 용산 이태원 소재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대학생이던 조씨(당시 22세)가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진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패터슨과 함께 있던 한국계 미국인 리에게 살인 혐의를, 패터슨에게 증거인멸 및 흉기 소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1심과 2심은 이들에 대해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998년 4월 리에 대해 증거 불충분 이유로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같은 해 9월 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패터슨은 복역 중 특별사면을 받은 뒤 검찰이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1999년 8월 미국으로 출국했다.
조씨 유족은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고소했지만, 패터슨의 출국으로 사건은 표류했다. 이후 검찰은 패터슨이 진범이라는 수사 결과를 냈고, 2009년 미국에 패터슨의 인도를 청구해 2011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2015년 9월 송환된 패터슨은 "범인은 에드워드 리"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1심과 2심은 패터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지난해 1월 상고심에서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 없이 충분히 증명됐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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