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낳고 사회서 배척당해…그냥 가난하게 살기로 했다"
중소기업 여성 노동자들 출산, 육아 중 부당행위 폭로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상상캔버스에서 '중소기업 직장맘, 일·생활 균형을 위한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열린 직장맘과의 간담회는 이재갑(왼쪽 세번째부터) 고용노동부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김상희(왼쪽 두번째부터) 저출산위원회 부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했다. 관계 부처는 간담회를 통해 직장맘들의 고충을 듣고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2019.02.20. [email protected]
김모씨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상상캔버스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서울시 주최 '중소기업 직장맘 일·생활 균형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나는 아이를 낳고 사회에서 배척당했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잡을 수 있나"라며 "요즘은 집에서 아이만 보고 있다. 나는 그냥 가난하게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출산휴가가 끝난 뒤 아이를 맡기고 복직했다. 남편이 아이 보는 걸 힘들어 해서 회사에 단축근무를 요청했는데 저에게 권고사직을 요구했다"며 "말이 권고사직이지 거의 해고였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법적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퇴사 당한 후 둘째가 생겼고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갔는데 임신한 사람은 신청할 수 없다고 하더라"라며 "둘째 아이를 낳고 6개월 정도 커서 열심히 구직활동을 했다. 그런데 옆에 아이 소리가 나면 '몇개월인가요', '아이가 있으시네요' 하면서 면접일정을 다시 잡자고 하고는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김모씨는 개인병원에서 일하다 육아휴직을 거부당했다.
김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5시까지만 돌봄교실을 운영해서 사업주에 육아휴직을 요청했는데 그분이 거부했다"며 " 그분이 '이래서 기혼자는 뽑지 않는다', '언젠가는 육아휴직을 요구해 사업장에 피해준다',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휴직을 못주니 퇴사하라' 등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김모씨는 육아휴직 의사를 밝힌 뒤 타 부서로 발령을 받았다.
김씨는 "몇개월 고민하다가 선임과 육아휴직을 상의했는데 위에서 회의를 하더니 경력직 디자이너인 저를 영업직으로 갑자기 발령했다. 육아휴직 개시일과 동시에 보직변경했다"며 "봄에 복직 날짜가 다가오는데 희망이 없는 육아휴직을 하고 있다. 매일 밤 악몽을 꾼다"고 말했다.
장모씨는 정부의 돌봄서비스에 불만을 표출했다.
장씨는 "아기가 어린이집에서 전염병에 걸리면 멘붕이다.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아기가 울고 그래서 병이 낫지 않는다. 중랑구 육아지원센터 시간제로 했는데 또 전염병을 옮아왔다"며 "그런데 제 친구는 직장어린이집에 보내서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의 노력으로 전염병을 차단할 수 있는데 정부가 만든 곳은 계속 옮아와서 갈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유연근무제가 실제로 잘 적용되지 않는다는 성토도 이어졌다.
정모씨는 "본격적으로 워킹맘이 돼서 일도 열심히 하고 아기도 잘 키우려하는데 회사가 몇달 후에 먼 거리로 이사했다. 원거리로 이사하니 아기를 데려가고 데려오는 게 힘들 것 같아서 회사에 유연근무제를 신청했다"며 "팀원과 상의했는데 팀원들도 공감이 이뤄지지 않았다. '큰 기업에서나 하는 거다', '우리는 아직 작고 대체인력도 구할 수도 없다'고 말하더라"고 털어놨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노동부도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모델을 안내하고 있지만 중요한 게 회사 분위기다. 그냥은 안 바뀐다. 필요한 분이 적극적으로 얘기해야 바뀐다"며 "저희도 유연근무제 모델을 좀 더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정씨가 말한 대로 근무를 유연하게 하면 엄마 아빠가 조금 늦게 출근하고 퇴근할 수 있다"며 "이런 것들이 작동돼야 초등학교를 보내고 나서 엄마들이 경력단절을 해소할 수 있다. 저희도 교육부, 여성가족부, 노동부와 함께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관련 예산 부족을 호소했다.
진 장관은 "초저출산,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 여러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추진되는 과정이 길지 않아 보완할 부분이 많다"며 "계속 새롭게 제도를 확장하고 있는데 문제는 예산이 수요에 맞게 늘지 않는 점이다. 그런 부분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주요 기관장 사이에 신경전도 벌어졌다.
김상희 부위원장은 이재갑 장관을 겨냥,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중소기업에 다니는데 중소기업에서 이 내용들을 너무 모른다. 아이를 키우는 자기 회사의 직원들이 어떤 권리를 갖고 있고 정부가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지 중소기업들이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사실 근로감독관이 일을 제대로 하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제발 현장 감독 좀 해 달라. 그러면 중소기업 사장들도 자신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장관은 인력 부족을 언급하며 항변했다.
이 장관은 "실무담당관이 1400명 있는데 1년에 진정서를 내거나 신고하는 건수가 40만건이다. 40만건을 1400명이 하고 있다"며 "사실은 사업장을 다 돌아가면서 점검해야 하는데 그 정도 인력이 안 된다. 예방차원에서 사업장 가는 게 2만개에서 2만5000개다.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고용노동부가 중소기업 감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이 장관에게 권한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박 시장은 "법령과 현실은 멀리 있는 것 같다. 저희들이 오랫동안 근로감독권을 저희에게 달라고 하는데 (고용노동부가) 안 주신다"며 "그래서 시 내부에 노동옴부즈만을 만들었는데 권한이 없으니 조사할 수 없다. 지방정부를 잘 활용하라. 중앙정부가 다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이 장관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근로감독관협약을 보면 사법경찰권 때문에 중앙정부 단일감독체제로 하고 있다"고 즉각 반박했다.
이 장관은 이어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가 상담하시다보면 노동법 위반 사례들이 나온다. 그런 사례를 노동부 지방관서에 통지해서 같이하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다. 통지를 해주시는 체제를 만들면 예방하는 데 좋을 것 같다"며 서울시의 비협조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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