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행적, 독립운동으로 둔갑…나는 그들과 싸운다'"
'친일 청산 전문' 김승은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
"연구소에 친일파 후손 알려달라는 요구 많이 와"
"단지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비판하지 않는다"
"친일 선조 되레 미화해서 문제…김무성 대표적"
"친일파 청산, 행위에 대한 역사적 정의가 우선"
【서울=뉴시스】김승은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2019.2.28 (사진=민족문제연구소 제공) [email protected]
3·1운동 100주년을 앞둔 지난 28일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김승은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의 이야기다.
긴 시간이 흘러 실제 친일 인물들은 대부분 사망했지만, 우리나라에선 친일파의 후손이 누구인지 확인하려 하고 그들은 공격하는 일이 잦다. 하지만 10년이 넘도록 친일 잔재 청산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온 김 연구원의 생각은 달랐다. 그저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중의 지탄을 받는 건 불필요하다는 일이라게 그의 지론이다.
김 연구원은 "민족문제연구소에 누가 친일파 후손인지 알려달라는 요구가 많이 온다"면서 "하지만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비판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친일파 후손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후손이 선조 행적을 숨기거나 독립운동으로 바꾸는 경우'에 대해서 명확히 비판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대표적인 케이스로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을 들었다.
"광복절에 자기 아버지를 애국자로 둔갑시켜 회고록을 냈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민족문제연구소는 공개적으로 비판을 한다."
김 연구원은 선조의 친일 행적을 오히려 미화하는 일부 정치인들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선 여전히 친일파 행적 왜곡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대표적인 게 최근 집회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계속되고 있는 보수단체들의 '친일 좌파' 언급이다. 친일 인물이나 그들의 후손이 대부분 '좌파'라는 주장이다. 좌익 독립운동 지도자인 여운형에 대해 친일 행적설을 제기하거나, 친일 인사 후손인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과거 한민당 때부터 민주당에 악질 친일파들이 많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김 연구원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새로운 버전의 반공주의"라면서 "균형감이 없는 비판"이라고 말했다. 친일은 사회주의·자본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활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기준으로 규정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잔존하는 우리 사회 속 친일 잔재들을 어떻게 청산해야 할까. 김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역사적으로 민족을 배반했을 경우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 속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때 자기 공동체를 배반하는 행위에 대한 역사적 정의나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면서 "자기 성찰을 통해 친일 인사들이 존경받거나 추앙받는 것은 역사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친일 행위를 더 잘 알아야 되는 것도 청산의 일환"이라면서 "그래야만 그들이 했던 식민지배 자체가 왜 불법인지, 왜 그것이 범죄인지 규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외에도 김 연구원은 독립운동가 서훈 전수조사, 친일파 이름으로 된 거리명 개정 등 행정·제도적 친일 잔재들에 대한 청산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2005년부터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활동해 온 김 연구원은 현재 식민지역사박물관의 학예실장도 맡고 있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식민지 시대를 기억하고, 후손들과 친일 청산 실천운동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민족문제연구소의 대표적인 친일 청산 활동 중 하나로 지난해 8월 개관했다.
김 연구원은 "전시장의 맨 마지막에는 '아직도 싸우고 있다'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는데, 친일청산은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라면서 "지금 벌어지는 문제에 민중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청산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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