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폼페이오 교체 요구…협상 교착 속 판 흔들기
北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폼페이오 아닌 인물로"
美에 적대시정책 철회 대북제재 완화 결단 촉구
金-트럼프 관계 강조…"톱다운 결단 요구하는 것"
"북한도 비핵화 협상 교착 장기화에 부담 느끼는 듯"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10일 보도했다. 2019.04.10.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북한 외무성은 이날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을 내세워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나는 폼페이오가 아닌, 우리와의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우리의 대화상대로 나서기 바랄 뿐이다"라고 밝혔다. 공개적으로 폼페이오의 교체를 요구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입장은 권 국장이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성명이나 담화보다 수위는 낮지만 미국담당국장 명의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이날 왜 폼페이오를 교체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외무성은 "하노이 수뇌회담의 교훈에 비추어보아도 일이 될 만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나곤 하는데 앞으로도 내가 우려하는 것은 폼페이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불만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부터 시작된 게 아니라는 입장도 내비쳤다. 외무성은 "폼페이오가 제멋대로 말을 꾸며대면서 조미관계 전반을 자기 마음대로 흔들어 자기의 인기를 올려보려고 획책하고 있다"며 지난해 6월 1차 정상회담 이후 그가 보인 언행 전반에 불만이 있음을 드러냈다.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정성 있게 접근하기보다 국내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일관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2기 체제 출범을 알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까지는 '인내심'을 가지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했으며, "쌍방의 이해관계에 부응하고 서로 접수 가능한 공정한 내용이 지면에 씌어져야 그 합의문에 수표할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요구했던 '빅딜'을 수용할 마음이 없다는 점을 거듭 밝힌 것이다.
【서울=뉴시스】지난해 10월 평양에서 만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2018.10.08. (사진=조선중앙TV 캡쳐) [email protected]
외무성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비난의 날을 세우면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가 여전히 좋은 것이며,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정상 간 관계를 계속 언급하는 것은 '톱다운'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협상을 진전시키고 싶으면 인물을 교체하든지, 그렇지 않더라도 직접 결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그러면서 "북한은 이미 대내적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다고 알렸고, 나아가 현재의 비핵화 협상 국면의 유효기한을 '연말'까지로 설정했기 때문에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며 "지금의 구도에서는 당장 협상을 재개해봤자 득 될 것이 없다고 보고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판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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