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위 아키히토 일왕 "국민에게 감사"…과거사 언급 안해(종합)
"세계인의 안녕과 행복 기원"
【도쿄=AP/뉴시스】아키히토 일왕이 30일 도쿄 고쿄 내 접견실인 마쓰노마에서 열린 퇴위식에서 재위 기간 중 마지막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연단 위 오른쪽에는 미치코 왕비의 모습이 보이며, 연단 위 양쪽에는 일왕을 상징하는 삼종신기 중 칼과 곡옥, 그리고 국새와 옥새가 놓여져 있다. 연단 왼편으로는 나루히토 왕세자 부부 등 왕족이 서 있다.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일본 국민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31년동안 이어져온 헤이세이(平成) 시대의 막을 내렸다.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그는 30일 열린 퇴위식에서 "상징으로서의 나를 받아들이고 잡아 준 국민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재위 중 마지막 소감을 밝혔다.
퇴위식의 정식 명칭은 '퇴위례(退位禮) 정전(正殿)의식'으로, 이날 오후 5시부터 약 10분간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일왕이 거주하는 궁인 고쿄(皇居) 내 접견실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치러졌다.
국가행사로 치러진 퇴위식에는 아키히토 일왕과 미치코(美智子) 왕비를 비롯해 나루히토(徳仁) 왕세자 부부, 아키히토 일왕의 둘째 아들인 후미히토(文仁) 왕자 부부 등 왕족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각료 등 총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의식은 일본 왕위의 상징인 ‘삼종신기(三種神器)’ 중 거울을 제외한 검과 곡옥, 그리고 국새 및 일왕의 도장인 어새가 아키히토 일왕의 연단 양 옆에 놓여지며 시작됐다. 아키히토 일왕 부부는 엄숙하고 정중한 태도로 연단에서 퇴위식에 임했다.
아베 총리는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를 정식으로 발표하고 국민을 대표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0일 도쿄 고쿄 내 접견실 마쓰노마에서 열린 아키히토 일왕 퇴위식에서 국민 대표로서 일왕 부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2019.04.30.
이어 아키히토 일왕이 마지막 소감을 밝혔다. 그는 1989년 즉위 이후 일본의 침략전쟁 및 과거사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발언을 수 차례 해온 터라, 퇴위 전 마지막 발언에도 관심이 집중됐으나, 일본 국민에 대한 감사 및 세계인에 대한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에 그쳤다.
그는 "오늘로서, 일왕으로서의 책무를 마치게 됐다"며 짧은 소감을 시작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일왕의로서의 책무를 국민에 대한 깊은 신뢰와 경애를 가지고 실시할 수 있던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라고 지난 30년간의 재위 기간을 술회했다.
그러면서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레이와(令和·일본의 새 연호)의 시대가 평화롭고 많은 결실을 맺기를 왕비와 함께 진심으로 기원하며, 이에 더해 우리나라(일본)와 세계인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라고 말을 맺었다.
앞서 아키히토 일왕은 2016년 8월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우회적으로 퇴위 의사를 밝혀, 일본 정부는 2017년 6월 아키히토 일왕에 한해 퇴위를 인정하는 특례법을 마련해 30일 생전 퇴위가 실현됐다.
일왕이 생전 퇴위하는 것은 에도(江戸)시대 고카쿠(光格) 일왕 이후 202년 만으로, 헌정 사상 처음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퇴위 후에는 상왕(上皇)이 되며, 미치코(美智子) 왕비는 상왕비가 되며, 함께 공무에서 물러난다.
이에 따라 아키히토 일왕의 장남인 나루히토 왕세자가 이튿날인 5월 1일 새 일왕에 즉위한다. 왕세자비였던 마사코(雅子)는 새 왕비가 된다.
【서울=뉴시스】아키히토(明仁) 일본 일왕이 30일 퇴위함에 따라 장남인 나루히토(徳仁) 왕세자가 5월 1일 새 일왕에 즉위한다. 이에 따라 아키히토는 상왕으로, 마사코 왕비는 상왕비가 되며 공무에서 물러난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나루히토의 동생인 후미히토(文仁) 왕자는 왕위 승계 서열 1위를 뜻하는 왕사(王嗣)로 책봉돼 왕세제(王世弟)가 되며, 후미히토의 외아들인 히사히토(悠仁12) 왕자가 왕위 계승 서열 2위가 된다. 3순위는 아키히토 상왕의 남동생인 마사히토(正仁83) 친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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