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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집안 소동이 어떻게 알려졌을까...가족간 이견 크다는 방증

등록 2019.12.29 12: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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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 25일 모친 이명희 고문 집에서 소동 피워

이 고문 등 다른 가족, 조현아 전 부사장에 힘 보태나

경영권 향배 미궁 빠진 가운데 갈등 극적 봉합 여지도

[서울=뉴시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2019.12.26.(사진=한진 제공)

[서울=뉴시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2019.12.26.(사진=한진 제공)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그룹 경영권을 두고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과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간 한진 오너 가(家)의 불협화음은 간간이 새어 나오긴 했지만 이날은 한 가족이 경미한 상처를 입을 정도였기에 의견 다툼이 더욱 심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룹 경영권을 놓고 가까운 가족 간에, 또는 친족 간에 갈등이 심화하는 일은 비단 한진 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 오너 가에서도 적지 않게 일어난 바 있어 그다지 생소한 뉴스는 아니다. 하지만 핵심은 가족간 불미스러운 일이 집안에서 벌어졌는데 이같은 내용이 어떻게 고스란히 외부에 알려지게 됐느냐 하는 점이다.

통상 가족간 불미스런 일은 쉬쉬하며 감추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이번 소동만큼은 달랐다. 한 가족이 상처를 입은 것은 물론 화병이 깨진 것 등으로 추정되는 유리조각이 바닥에 어지러이 널려있는 것마저도 사진을 통해 공개됐다. 누군가 이번 소동을 외부에 알렸거나, 적어도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지는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소동이 외부에 알려지면 당연히 조 회장에 대한 여론은 불리하게 조성될 수밖에 없다. 그 자리에는 조 회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외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이 있었다고 한다. 이들 외에 다른 기업관계자는 자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조 회장 중심 경영 체제에 가족간 이견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진단이 자연스레 나온다.

◇당시 자택에서는 어떤 일이....

29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 회동을 하기 위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명희 고문의 집을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이 고문이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의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언쟁을 벌이던 중 집 안을 어지럽히는 등 소란을 피웠다는 게 사건의 골자다.

언쟁 중 집 안의 유리병 등이 깨지고 이 고문은 경미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조 회장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있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발인에서 영결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9.04.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발인에서 영결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9.04.16. [email protected]



◇'조원태 체제' 균열 생기나

이번 소동은 언론 제보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일부 언론에 공개된 사진에는 어지럽혀진 집 안 바닥과 이 고문의 상처, 깨진 유리창 등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현재까지는 이 고문 측이 직접 촬영해 그룹 고위 경영진 등에게 보낸 사진 중 일부가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진 측은 "외부에 알려진 경위는 알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여론 등에 불리해질 수 밖에 없는 사진이 공개됐다는 점에서, 이 고문과 다른 가족들이 경영권과 관련해 조 회장의 반대편에 서게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조 전 부사장이 '조원태 회장 체제'의 그룹 경영에 반기를 든 가운데, 조 전 부사장 측에 이 고문 등이 설 수 있단 것이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3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 발표를 하며 "조 회장이 공동 경영에 대한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했다"고 비난하며 향후 다양한 주주들과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족 간 경영권에 대한 합의가 충분하지 않았던 상황이 수면 위로 드러남과 동시에 분쟁 가능성이 치솟았다.

내년 3월 지주사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갈등이 커지며 '조원태 체제' 그룹 경영에 금이 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한진칼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만약 주총 '표 싸움'서 이 고문, 조 전무가 조 전 부사장과 합심해 반대표를 던지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모습. 2019.05.09.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모습. 2019.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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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진칼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8.94%다. 조원태 회장(6.52%)과 조현아 전 부사장(6.49%)의 지분율은 엇비슷하다. 조현민 전무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각각 6.47%, 5.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의 주요 주주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지분율 17.29%)를 비롯해 델타항공(지분율 10%) 및 최근 지분을 늘린 반도건설 계열사(한영개발, 대호개발, 반도개발 등 6.28%) 등이다.

조 전 부사장과 이 고문, 조 전무가 손잡고 지분을 합하면 지분율은 18%대로 껑충 뛴다. 이는 단일최대주주인 KCGI보다 높은 지분율 수준이다. 조 회장의 우군으로 여겨지는 델타항공 외에 KCGI, 반도건설 계열사 등은 어떤 전략을 취할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소란에도 불구하고 가족 내 갈등을 극적 봉합하고 경영권을 위협하는 외부에 맞설 것이란 전망도 여전히 존재한다. 아직 주총이 세 달 정도 남았으며, 악화한 여론을 비롯해 가족 모두 실리를 챙기기 위해선 사이 좋은 분할 경영이 최선이란 분석이다.

경영권 전면전으로 갔을 때 계열분리를 통한 사세 위축을 피할 수 없으며 그룹 내부 임직원들의 반발도 커질 수 있다. 특히, 경영권 갈등으로 인해 총수일가의 합산 지분율이 낮아지면 KCGI 측은 더욱 적극적인 견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오너가의 경영권에 대한 위협만 커질 수 있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가족 간 심각한 갈등 상황이 수면 위로 드러난 상황이지만 이성적 협의를 통한 남매 경영에 나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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