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범모 관장 "올해 소외된 장르 조명" 서예~개를 위한 전시까지
2020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계획 발표
개관후 첫 단독 서예전, 3월 덕수궁 개막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해와 바다'전 주목
서울관, 북한미술 특수자료실 설치 자료수집 본격화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9일 오전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언론간담회를 열고 2020년 전시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0.01.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서운하고 소외됐던 장르를 집중 조명한다."
9일 '2020년 전시 계획'을 공개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지난 5년간 전시를 분석해보니 눈에 띄게 빠진게 서예·공예등 현대미술 마이너 장르였다"며 "관련 작가 미술애호가들이 섭섭했겠다"고 설명했다.
윤 관장은 "올해 전시는 미술사 역사적 맥락과 정리 차원에서 서예·판화·공예·건축·디자인 등을 주제로 한 전시를 통해 장르의 확장과 균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처음으로 단독 서예전을 덕수궁에서 오는 3월 개최한다. 또 회화에 밀린 판화도 대규모로 조명한다. 과천에서 5월 '미디어로서의 판화'전을 선보이고, 1950-1970년대 한국 현대 공예의 확장과 전개 양상을 살펴보는 '한국 공예 지평의 재구성 5070》'전도 9월 펼친다. 이어 서울올림픽(1988) 전후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의 건축·디자인을 중심으로 시각 문화 담론을 확장하는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 올림픽 이펙트'전이 11월 개막한다.
'장르 균형’, ‘한국작가 심화 연구 및 육성’ 등 5가지 전시 방향을 세웠다. 서울관 상설전 신설, 과천관 어린이미술관 강화 등 4관 특성화를 꾀한다. 기획전 '낯선 전쟁'과 박래현·이승조·이승택 등 한국 거장전과 아시아 기획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퍼포먼스 등으로 국제 교류전을 추진한다.
올해 기획된 20여건 전시중 눈길을 끈건 '낯선 전쟁'(6월)과 다원예술 2020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5월), '해와 바다(마리나)'(7월)전시다.
'낯선 전쟁'(이수정 학예연구사)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마련된다.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서 한국전쟁이 사회에 남긴 영향을 반공 이데올로기, 성인 남성의 징병제 시행 등을 통해 살펴본 작품을 소개한다. 국내·외 작가들이 함께 신작을 발표한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성용희 학예연구사)은 그야말로 '개판'이 될 분위기다. '미술관이 모두를 위한다”고 했을 때 과연 이 모두는 어디까지 확장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기획된 전시는 반려인 1000만시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달 간 개와 사람이 함께하는 전시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베니스=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제 58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리투아니아관의 ‘태양과 바다’(Sun & Sea)’ 장면. 해변의 휴양객을 위에서 내려다보게 만든 퍼포먼스다. 무대처럼 인공해변을 만들어 수영복을 입은 배우들이 선탠을 즐기거나, 편안하게 누워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다. 20여명이 하루종일 ‘휴양객’을 연기한다. 뮤지컬 장송곡 같은 느낌의 잔잔한 음악이 흐르며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살 수 있겠냐는 질문을 던지는 환경재앙을 경고하는 작품이다. 영국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루시아 피트로이스티(Lucia Pietroiusti)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리투아니관은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이 아닌 아르세날레 지역에 위치한 건물에 국가관을 만들어 눈길을 끌지 못했지만, 수상 소식 이후 관람객들이 몰려 1시간 이상 대기줄을 서야 입장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비엔날레는 11월 24일까지 이어진다[email protected]
7월 예정인 '해와 바다(마리나)'(성용희 학예연구사)는 '화제 전시'로 예고된다. 2019년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리투아니아관에서 선보이며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퍼포먼스 작품이다. '해와 바다' 해외 첫 전시로, 지난해 베니스에서 윤 관장이 한국전시를 추진, 성사됐다. 일광욕을 즐기는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독특한 오페라를 시작하는 해변의 연극무대같은 작품은 개인의 일상사에서 지구 환경문제까지 아우른다. 서울관 서울박스에 인공 해변과 태양과 유사한 조명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4관체제 국립현대미술관은 관별 핵심기능을 심화·확장시킨다. ▲덕수궁관은 서예, 문학 등 영역 확장을 통한 한국 근대미술의 지평 확대를 도모한다. ▲서울관은 한국 현대미술의 얼굴이자, 동시대 미술의 종합관으로 자리매김한다. ▲과천관은 한국 근·현대미술의 재맥락화 및 건축, 디자인에 이르는 미술사 확장과 어린이미술관 강화를 통한 연구중심·가족중심 미술관의 특성을 강화한다. ▲청주관은 미술관 소장품 생애 주기로서 수장-연구-보존-전시에 이르는 선순환 체계를 전략으로 삼는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세계화를 추진하며 해외전시에 집중했던 이전과 달리 국내 근현대 미술, 작가에 치중한 전시 기획으로 현대미술이 과거로 퇴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윤범모 관장은 "현대미술은 어떤 각도에서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국립현대미술관 2020년 전시 열쇳말은 다양성"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국제적인 현대미술보다 한국미술 한국 작가를 대규모 조명하는 전시는 지난해 윤 관장이 취임하면서 예고됐다. "한국미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연구기능을 심화하겠다"며 '이웃집 같은 미술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당시 미술전문가들은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아니라 한국미술사연구소장 발표같다"고 꼬집은바 있다,
'한국미술사에 대한 서술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윤 관장의 행보는 안정세다.
다만 '북한미술 전문가'를 내세워 '분단극복 전시’ 등 남북미술 교류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는 국내 정세와 함께 시들해졌다.
반면, '북한 미술'은 은근하게 진행중이다. 지난해 특수자료 취급 인가를 받고 올해 서울관에 북한미술 특수자료실을 설치한다. 윤 관장은 "기본바탕이 있어야 전시도 추진한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북한미술 자료 수집과 연구 활동을 진행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9일 오전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언론간담회를 열고 2020년 전시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0.01.09. [email protected]
윤 관장은 "그동안 숙원이었던 전문임기제 고용 불안을 해소해 내실을 다지고, 국민을 위한 미술 문화 서비스 향상에 더욱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학예사등을 전문임기제를 뽑았지만, 올해부터 정규직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정원을 확보해, 37명을 공개 채용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4관 체제(과천-덕수궁-서울-청주)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미술관 총 인원은 158명. 2020년 예산은 633억 원이다. '문화가 있는 삶'을 내세우며관람객도 늘고 있다. 경기 과천에 이어 서울 경북궁앞 서울관은 개관 1년만인 2014년 100만명을 돌파 한후 '도심속의 미술관'으로 자리잡았다. 2018년 245만명, 지난해에는 274만명이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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