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세제 개편에 들끓는 여론…쟁점 정리
금융세재 개편안에 증권가 "시장 위축 우려"
2000만원 공제 기준 "부유층 서민 구분값 못돼"
"펀드, 주식 과세 불평등 해소, 원천징수 기간 확대"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광효 소득법인세정책관, 임재현 세제실장, 김문건 금융세제과장. 2020.06.25. [email protected]
정부가 발표한 금융세제 개편안을 두고 증권가와 투자자들의 반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부동산세 강화 움직임과 맞물려 '조세저항 국민운동' 움직임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은 ▲증권거래세와 양도세 이중과세 ▲펀드투자 역차별 ▲매달 원천징수 후환급 등 크게 세 가지 쟁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7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정부는 다음주 수정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투자자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며 브레이크를 걸어 금융세제 개편안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주식과 펀드 간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고 장기투자 유도를 위해 금융투자소득 월별 원천징수와 '손실 이월공제' 기한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은 주식투자로 연간 2000만원 이상 수익을 본 사람에게 주식양도소득세 20%를 매기고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0.15%로 낮추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 양도 차익이 3억원을 넘으면 그 초과분에는 25%의 세율이 적용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정부가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지난 16일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의 완전 폐지가 이뤄지지 않았고, 집합투자기구에 대한 기본 공제가 아직 적용되지 않은 점은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증권가는 금융세제 개편안이 자본시장 투자 위축과 해외 자본시장으로의 유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주식 양도세 과세안 발표 이후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직접 투자가 급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 14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거래한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총 778억달러(약 93조68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거래액인 495억달러(59조4500억원)의 1.6배나 많은 수준이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양도세가 없는 것이 투자자들을 국내 시장에 머물게하는 유인이었는데 애플이나 아마존 등 초우량 주식이 전세계에 많은데 이중으로 세금을 내면 투자자들은 해외로 이동한다"면서 "정부에서 세금을 더 걷으려고 하면서 국내 엄청난 자금이 해외유출 자극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졌다. 최소한 해외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출 만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워 얻은 개인투자자들의 양도 차익이 2000만원 발생시 20%의 세금을 물리는 것은 막대한 과세란 지적도 나온다. 주식투자자 600만명 중 상위 5%(30만명)만이 연간 2000만원 이상 수익을 내고 내고 있어 대부분의 소액 투자자들은 과세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증권가는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부적절한 기준이라고 반박했다.
[서울=뉴시스]기획재정부가 25일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이는 향후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다음 달 발표되는 '2020년 세법개정안'에서 최종 발표될 계획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이어 "주식시장에 블랙스완(예기치 못한 충격적 이벤트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일반화돼 있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데 정부가 잘못된 시뮬레이션을 제시한다"면서 "2000만원이 부유층과 서민, 슈퍼개미와 작은개미를 구분하는 값이 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공제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준이 왜 2000만원인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준을 더 높이든지 기본공제를 더 많이 해줘야 한다"면서 "이는 주식시장을 죽이는 조치"라고 말했다.
주식 직접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세금 공제 혜택이 펀드에는 적용되지 않는 국내 주식펀드 역차별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는 정부의 차별 정책이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에 투자할 유인을 못 느끼고 고사 상태에 빠진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어 투자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모펀드 등 간접투자는 줄고 직접투자가 늘어나는 시점이고 자본시장에서 산업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경로도 장기투자가 이뤄졌을 때 가능하다. 공모펀드 활성화도 필요해 펀드도 세제혜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간접투자와 직접투자 간 과세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안이 개편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간접투자와 직접투자간에 과세 불평등을 해소하고 주식상품과 채권상품, 나머지 금융투자상품 간에 과세 형평성 제고 등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동익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 고광효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 박종상 숙명여대 교수,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본부장, 김문건 기획재정부 금융세제과장, 오무영 금융투자협회 산업전략본부장, 오종문 동국대 교수,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2020.07.07. [email protected]
금융투자소득 월별 원천징수와 손실이월공제 기간 확대가 개편안에 포함될 지 주목된다. 원안은 2023년부터 금융투자상품의 손익 양도세는 금융회사별로 매달 소득금액을 잠정적으로 통산한 후 원천징수토록 했다. 그러나 이 경우 투자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주식시장에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을 만들고 소득세를 공제한 자금이 묶여 복리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년으로 정한 손실 이월공제 기간을 늘려 장기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미국, 영국, 독일 등 금융선진국들의 이월공제 기간은 무제한이다.
전문가들은 원천징수 기간을 늘려 장기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상봉 교수는 "월별로 원천징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세금으로 소득을 뺏어가면 투자자들이 장기투자를 안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3년도 효과는 꽤 크지만 장기투자를 장려하자는 차원에서는 5년 또는 길게는 10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효섭 연구위원도 "주가가 올라가는 시기에 복리 혜택을 못 누릴 수 있어 5년이든 10년이든 기간을 늘리거나 폐지하는게 맞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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