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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련 앓던 17살 반려묘, 치매로 알았는데…AI는 달랐다

등록 2024.11.26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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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동물병원서 치매로 진단…AI탑재 MRI 촬영 후 '뇌종양' 확인

AI 탑재된 CT·MRI로 촬영시간 짧아지고 고품질 이미지 확인 가능

[서울=뉴시스] 지난 19일 오이세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병원장이 인공지능(AI)이 탑재된 GE헬스케어 의료기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GE헬스케어 제공) 2024.11.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19일 오이세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병원장이 인공지능(AI)이 탑재된 GE헬스케어 의료기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GE헬스케어 제공) 2024.11.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원장님. 우리 나비(가명)가 이상합니다. 동네 동물병원에서는 나이가 많아 단순 치매라는데 정확한 원인을 알고 싶습니다."

오이세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을 마주한 할머니의 간곡한 부탁이었다. 할머니에 품에 안긴 17살 반려묘, 나비는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할머니의 사연은 이랬다. 나비는 모두 출가한 자녀를 대신하는 가족이었다. 그런 나비가 1년 전부터 경련을 조금씩 해왔다.

오이세 원장은 "집 앞 동물병원에서는 '나이가 많으니까 치매가 왔다'라는 진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먼저 찾은 동물병원에서는 할머니에게 "(나비가) 살 때까지 편하게 두면 좋겠다"고 했지만 할머니의 생각은 달랐다. 나비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경련의 정확한 원인을 찾고 싶었다.

동네에서 수소문 끝에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기기가 있고, 인공지능(AI)까지 활용하는 동물병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오이세 원장을 찾았다.

할머니의 간곡한 부탁에도 오이세 원장은 나비에게 MRI 촬영을 망설였다. 하지만 할머니가 동네병원 수의사의 지시로 아침·저녁으로 외출도 자제하며 나비에게 약을 먹이고 있다는 사연이 그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켰다.

오이세 원장은 "동물 MRI 촬영을 위해서는 마취가 필요한데 17살 고양이에게 마취는 사실 부담이 된다"라며 "마취에서 깰 수 없다는 걱정도 있었지만 정확한 병명을 알고 싶다는 할머니의 부탁과 다른 곳과 차별화된 MRI의 기술력을 믿고 촬영을 시도했다"라고 말했다.

MRI 촬영 결과는 기존에 알던 진단과 달랐다. 오이세 원장은 "MRI 촬영 결과 뇌종양이 발견됐다"라며 "할머니께 결과를 설명하니 긴 시간을 우셨다. 그래도 '속이 시원하다'는 말씀도 하셨다"라고 회고했다. 할머니는 처음 왔을 때와 달리 밝은 표정으로 "원인을 알아 마음이 편해졌다. 나비가 사는데 까지 편안하게 해주다가 보내주고 싶다"며 동행했던 가족들과 병원 문을 나섰다고 한다.

오이세 원장은 "예전 같으면 1시간씩 걸려서 MRI를 찍어야 한다"며 "그런 과정은 사실 우리도 부담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양이들은 강아지보다 머리가 작아서 더 짧은 시간, 20분 만에 촬영을 해서 보호자에게 설명을 한다"라며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냈을 촬영을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호자와 환자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지난 19일 오이세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 인공지능(AI) 기반 진단 보조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GE헬스케어 제공) 2024.11.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19일 오이세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 인공지능(AI) 기반 진단 보조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GE헬스케어 제공) 2024.11.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오이세 원장은 GE헬스케어의 MRI와 CT를 도입해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GE헬스케어의 MRI와 CT는 동물용으로 설정하면 반려견, 반려묘 등 동물에 대한 촬영 및 검사가 가능하다. 동물은 사람보다 몸집이 작아 촬영 시간이 짧다. 이번 사례에 등장하는 나비도 뇌가 3㎝에 불과해 정교한 설정이 필요했다. 해당 부분은 GE헬스케어에서 전문가들이 동물용으로 설정을 돕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도 반려견, 반려묘가 MRI와 CT를 안전하게 촬영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GE헬스케어 관계자는 "이전에 AI가 도입되지 않았을 때는 긴 촬영 시간이 필요해 자기장, 방사선 등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해 시간을 줄이면 이미지가 나빠지는 단점이 있었다"라며 "현재는 AI가 도입되면서 짧은 시간에 더 좋은 이미지를 뽑아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이세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은 전국 9곳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경력 15년의 수의사이다. 그가 상주하는 인천 남동구 인천24시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는 연 1200마리의 동물이 찾는 국내 최고 수준의 동물병원 중 한 곳이다. 오 원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AI와 첨단 의료기기 도입에 적극적이다. GE헬스케어 뿐만 아니라 SK텔레콤과 손잡고 반려동물의 엑스레이(X-ray) 사진을 AI로 분석해 수의사의 질병 진단을 돕는 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 개발에도 참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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