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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제 바꿨던 배민, 공정위 M&A 심사에 결국 독 됐다

등록 2020.12.28 15: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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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배민-요기요 M&A 심사 결과 알리며

"배민이 4월 바꾼 수수료 체계, 사실상 인상"

시장 지배력 남용한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여

배민, 열흘 만에 백지화했지만 결국 발목 잡혀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간 기업 결합 조건부 승인 브리핑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2020.12.28.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간 기업 결합 조건부 승인 브리핑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2020.12.28.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지난 4월 음식 배달 전문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수수료 체계를 바꿨다. 이 변화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증 분석한 결과 수수료율이 사실상 인상된 효과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 결합이 이뤄질 경우 수수료율이 오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28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인수 조건부 승인을 알리는 브리핑에서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논란이 DH와의 기업 결합 심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와 관련해 배영수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국장)은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개편 의도를 고려했을 때 (이는)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가격 인상이라고 봤다"면서 "그 기간 수수료율 자체보다도 소비자 할인 폭이 감소하는 측면도 있었다. 이런 행위가 당사 회사(배달의민족·요기요)의 의도를 뒷받침해주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배달의민족은 오랜 기간 음식점주에게 '울트라콜'이라는 이름의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8만8000원의 정액 요금을 받았다. 이 서비스에 가입한 음식점주가 가게 주소를 등록하면, 1.5~3㎞ 범위에 있는 소비자의 앱 화면 상단에 그 가게를 띄워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울트라콜을 여러 개 등록하는 편법 음식점주가 나타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4월 배달의민족은 소비자의 앱 화면에 모든 음식점주를 무작위로 배치하는 '오픈 서비스'를 도입하고, 그 대가로 배달 매출액의 5.8%를 받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배달의민족은 "5.8%는 국내·외 배달 앱 업계의 통상적 수수료 수준보다 낮다"면서 "울트라콜 체제의 편법 음식점주를 없앨 수 있는 묘책"이라고 홍보했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서울=뉴시스] 김근현 기자 = 라이더유니온 소속 배달의민족 배달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사옥 앞에서 일방적 배달료 삭감 반대 및 지역 차별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0.02.17. khkim@newsis.com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서울=뉴시스] 김근현 기자 = 라이더유니온 소속 배달의민족 배달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사옥 앞에서 일방적 배달료 삭감 반대 및 지역 차별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0.02.17. [email protected]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소상공인연합회가 "월 매출액 1000만원인 가게는 기존에 울트라콜 3~4건을 이용하며 26만~35만원을 냈는데, 앞으로는 58만원을 내야 한다"고 반발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배달의민족을 대체할 공공 배달 앱 개발 계획을 내놨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공정위가 이를 다른 방법으로 신호를 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배달의민족은 열흘 만에 수수료 체계 변경 계획을 백지화했지만, DH와의 M&A 심사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공정위가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체계 변경이 소비자와 음식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면서 "M&A 심사에 독이 될 것은 예상할 수 있었던 시나리오"라고 했다.

공정위는 "DH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려면 자회사인 DH코리아(요기요 운영사) 보유 지분 전부를 6개월 이내에 제3자에게 팔라"는 자산 매각 명령을 내렸다. 이 매각이 끝날 때까지 DH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할 수 없도록 하는 현상 유지 명령도 함께 내렸다. 이 밖에 음식점 실질 수수료율 및 요기요 배달원 근무 조건 변경 금지 등 조건도 함께 내걸었다.

공정위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99.2%(직전 연도 거래 금액 기준)"라면서 "배달 앱 2위인 '카카오 주문하기'와의 격차는 25%포인트(p) 이상으로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보는 요건(▲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고 ▲1위여야 하며 ▲2위와의 점유율 격차가 25%p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DH는 M&A 심사 과정에서 "배민·요기요가 한 회사가 되면 주문 밀도가 상승해 배달 시간이 단축되고, 주문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라이더 1인당 배달량이 증가해 혼잡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이 주장은 수용하기 어렵다. 또 이런 효과는 M&A보다 경쟁 제한 제한성이 더 적은 방법으로도 달성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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