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신년사 '남북관계' 언급 확 줄어…어려움 반영
남북 관계 언급 분량, 작년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
'전쟁 불용' 등 한반도 문제 해결 3원칙 당위성 재확인
"유엔 동시가입 30년…국제사회에 평화 함께 증명해야"
北, 文정부 협력 구상 비난…"방역협력, 비본질적 문제"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2021년 국정운영 구상과 방향을 국민들께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1.01.11. [email protected]
북한이 일관되게 밝혀온 문 대통령의 남북간 협력 의지를 두고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일축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 출범과 새 대외정책 전략노선을 마련 중인 북한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이 메시지로 밝힐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당초부터 제한적이었다는 현실론적인 평가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발표한 신축년 공식 신년사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약 850자 가량을 할애한 분량을 통해 남북간 교류협력의 당위성, 남북미 대화 의지 등 원칙적인 입장만을 재확인 한 수준이었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남북은 손잡고 함께 증명해야 한다"며 "전쟁과 핵무기 없는 평화의 한반도야말로 민족과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2021년 국정운영 구상과 방향을 국민들께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2021.01.11. [email protected]
1991년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던 역사적 사실을 환기시키는 방식으로, 지난 4년간 문재인정부에서 함께 이룬 한반도 평화 분위기 유지를 위해 남북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차원의 당위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와는 별개로 '상생'과 '평화'라는 키워드 아래 남북간 협력 과제들도 함께 언급했다. 남북이 공동으로 겪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연재해에 대한 협력 필요 인식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가 곧 상생이다. 우리는 가축전염병과 신종감염병, 자연재해를 겪으며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며 "우리는 많은 문제에서 한 배를 타고 있다. 남·북 국민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2021년 국정운영 구상과 방향을 국민들께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2021.01.11. [email protected]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상생과 협력의 정신을 앞세워 최우선 당면 과제인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보건·의료 협력 분야부터 접점을 넓혀가자는 제안이다. 남북 관계 돌파구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꾸준히 발신해 온 메시지의 연장선에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 동력은 대화와 상생 협력"이라며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 없다"고 말했다. 2년 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천명한 '한반도 문제 해결 3원칙'을 반복 거론하며 남북간 대화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식을 택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남과 북이 함께 한 모든 합의, 특히 '전쟁 불용', '상호 간 안전 보장', '공동 번영'의 3대 원칙을 공동이행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낸다면,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평화·안보·생명공동체'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당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1차 전원회의에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참석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쳐) 2021.01.11. [email protected]
여기에 체제의 명운을 걸고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 내부의 상황을 감안한 방안으로 '비대면 대화'도 가능함을 제시했다. 물리적 대면 접촉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남북 간 비대면 방식의 물밑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됐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비대면 대화를 하자는 제안이 아니고 비대면을 포함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원칙적인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밝힌 신축년 공식 신년사 속 남북 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 구상에 대한 언급 분량이 지난해 신년사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은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 공식 출범, 진행 중인 북한의 8차 당대회 등 변수가 많은 점을 감안해 절제된 표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당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1차 전원회의에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참석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쳐) 2021.01.11.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의 신년사 속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분량이 줄어든 근본적인 배경으로는 최근 북한에서 진행 중인 노동당 8차 대회 속 변화된 대외정책 전략노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근본 원인이 남측에 있다며 남북정상 합의 이행 여부에 따라 관계 개선이 달려있다고 선언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그동안 추진해 온 문 대통령의 남북협력 구상을 가리켜 "현재 남조선 당국은 방역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 관광과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들고 북남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첨단 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계속 외면하면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군사적 안정을 보장할 데 대한 북남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며 "남조선 당국이 비정상적이며 반통일적인 행태들을 엄정 관리하고 근원적으로 제거해 버릴 때 비로소 공고한 신뢰와 화해에 기초한 북남관계 개선의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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