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바이오 임상 책임규명 가능할까
"안건 심의 때 이해 필요…바이오 특히 까다로워"
'비전문가 오류' 가능성...전문 조사역 키워야
18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엘비는 지난해 말 '허위 공시'와 관련한 혐의로 금융위원회 산하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 심의를 받았으며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조치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은 에이치엘비의 임상 3상 결과가 실패에 가까웠지만 성공한 것처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5월부터 조사에 착수해 회사 측에 자료 제출을 요구한 뒤 11월께 자조심에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2019년 6월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을 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후 회사는 3개월 후인 9월 자회사인 엘리바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에서 리보세라닙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 전체 데이터를 공개하며 임상 3상 성공을 전했다.
에이치엘비 주가는 정작 임상 3상 성공 소식에는 하루 반짝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후 횡보하던 주가는 회사의 항암제 임상 결과가 유럽암학회에서 'best of ESMO'로 선정되면서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조사를 거쳐 판단, 조치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과연 비전문가 집단인 금융당국이 바이오 기업의 특수성을 인지하면서 합리적인 조사를 할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당국의 조사는 조사역이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한 회사로부터 소명 자료를 제출 받아 판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바이오 회사에 대한 조사에 임할 때에는 조사역이 바이오와 관련한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방식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금감원 내에서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갖춘 인력이나 법학 전공자는 많지만 의학, 바이오 관련 전공자를 찾긴 어려운 형편이다.
허위 공시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결국 임상 성패 여부로 이어지게 될 수밖에 없어 바이오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전문성 있는 심의 대상 회사의 해명에 휘둘리지 않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전문 지식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이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임상 결과를 허위공시 했다는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에이치엘비 유튜브 방송)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대해 한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를 나가게 된다면 해당 공시 시점에 임상 성공이냐 실패냐를 따지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 측의 소명 내용을 청취해 충분히 판단해나갈 수 있는 문제"라며 "바이오 뿐만 아니라 모든 업종이 전문적이지만 조사 때 해당 업종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지 않더라도 처리해나갈 수 있는 것과 이치"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문성을 유지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 고발 건에 재판 승소률이 낮은 데 대해 "금융당국은 문답 등 제한적인 수단으로 혐의점을 찾는다"며 "혐의가 있는 것과 증거가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검찰 수사 결과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경제사범의 경우 공소 유지에 주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이오 등 전문 분야의 경우 전문가 그룹의 조언을 받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비전문가라고 볼수는 없다"면서도 "특정 분야 전문 조사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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