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미동의' 요양병원 고령자, 2주 안에 맘 바뀌면 접종 가능
요양병원·시설 65세 이상 8만6696명 접종 미동의
정부 "기관별 접종 종료때까지 동의하면 예방접종"
"종료 기한 넘기면 11월 이후 개별 접종 참여 가능"
전문가 "요양시설 고령자, 예방접종 이익 가장 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2021.03.2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에 동의하지 않은 요양병원·시설 등의 만 65세 이상 입원·입소자와 종사자도 접종 기간 안에 마음이 바뀌면 맞을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이 기간을 넘기면 다른 미접종자들과 마찬가지로 전 국민 예방접종이 끝나는 11월 이후 개인적으로 맞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시설 고령자는 누구보다 백신 접종으로 얻는 이익이 커 사회 저명인사 접종, 기관별 방문 상담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예방접종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24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22일 0시 기준 요양병원 1651곳과 요양시설 및 정신요양·재활시설의 만 65세 이상 접종 대상 37만5061명 가운데 접종 동의자는 76.9%인 28만8365명이다. 23.1%인 8만6696명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종사자들은 요양병원이 90.4%(2만7946명 중 2만5276명), 요양시설 등이 94.1%(1만7204명 중 1만6195명)로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반면 요양병원 입원환자는 72.9%(17만8037명 중 12만9713명)만, 요양시설 등 입소자는 77.2%(15만1874명 중 11만7181명)가 동의해 각각 4만8324명과 3만4693명이 접종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들은 예방접종 대상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고위험군에 속한다. 특히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등의 만 65세 이상은 고령과 기저질환 등 코로나19 감염 시 위험 요인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아 집단 감염 발생 시 중증 진행 위험이 높다.
이에 추진단은 접종에 동의하지 않았더라도 기관별 접종 기간 안에만 동의한다면 최대한 예방접종을 진행하기로 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요양병원·시설의 65세 이상 동의 조사 결과 76.9%에서 동의 의사를 밝혀주셨다"며 "기관별 접종 기간 중에 미동의에서 동의로 마음을 바꾸신 분들은 접종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은 백신 수령 이후 2주 이내, 요양시설은 6주 안에 1차 예방접종 완료할 계획이다.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인한 간호·돌봄 공백 등을 최소화하고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해 접종 일정을 분산한 것이다.
따라서 종전에 접종에 동의하지 않았더라도 이 기간 안에 마음을 바꿔 접종을 희망하면 예방접종이 이뤄질 수 있다.
백신 배송 때 추진단은 바이알(병) 단위가 아니라 10병이 담긴 박스 단위로 배송해 접종 후 남은 물량은 추후 2차 접종 시기까지 보관토록 하고 있다. 따라서 추가 접종 희망자는 이 물량으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그러나 기관별로 예방접종이 종료될 때까지 접종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11월 이후 개별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접종 대상자가 자신의 접종 기간 백신 예방접종을 거부하면 전 국민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11월 이후로 순서가 밀린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추진단 관계자는 "접종 종료 시까지 접종에 동의하지 않으신 분은 11월 이후 개인적으로 접종 참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시설 등의 만 65세 이상 고령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특히 위험한 집단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예방접종은 선택이고 강제로 접종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원칙이 중요하다"면서도 "부작용이나 기저질환 때문에 걱정하시지만 그분들(요양병원·시설 등 만 65세 이상)은 예방접종을 했을 때 가장 많은 이익이 있는 분들이다. 정부가 지속해서 설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병원이나 시설 안에서 집단면역이 형성되지 않으면 그 안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할 수 있고 격리나 검사를 하거나 면회에서 제외될 수 있다"며 "사회 지도층들의 접종이 이어지면 믿고 맞으실 수 있을 텐데 동시에 동사무소나 전문가들이 일대일로 상담을 하든지 해서 최대한 접종할 수 있게 도와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아스트라제네카는 자사 백신이 미국과 페루, 칠레 등에서 3만2449명이 참가해 진행한 대규모 3상 임상시험에서 79%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65세 이상 감염 예방 효과는 80%였으며 중증 악화나 입원 예방 효과는 100%였다.
추진단도 종사자에 비해 입원·입소자의 동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건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한 결과로 보고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 겸 추진단 단장은 22일 "65세 이상 어르신 중 입원·입소자인 경우 기저질환과 같은 건강 상태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접종률이 낮은 이유를 분석했다.
정 청장은 "65세 이상 어르신 접종을 시작하는 요양병원·요양시설은 지난 1년 동안 경험했던 중 가장 (감염) 위험도가 높았던 대상"이라며 "기저질환이 있고 집단으로 입원 치료나 생활을 하시기 때문에 유행이 생겼을 때 감염률도 높고 치명률도 높을 수 있어 접종 대상이 되시는 어르신들께서는 접종을 받으실 수 있게끔 의료기관 등을 통해 잘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