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심의 절차 시작…"1만원 실현 마지막" 노동계 작심
고용장관 31일 최저임금위에 심의 요청
코로나19 여파 지속…勞使 올해도 이견
공익위원 인선 문제 심의 첫 관문될 듯
노동계, 정수 조정 이견에도 일단 '공조'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한국노총 이동호 사무총장 등 최저임금위 근로자 위원들이 14일 새벽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는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1.5% 인상안에 반발, 최임위원 사퇴와 집단퇴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0.07.14. [email protected]
3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재갑 고용 장관은 이날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최저임금법상 고용부 장관은 매년 3월31일까지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게 돼 있다.
최저임금위는 이로부터 90일 내인 6월 말까지 최저임금 심의를 마치도록 돼 있지만 시한이 지켜진 적은 거의 없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 16.4%를 시작으로 2019년 10.9%로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지난해 2.9%, 올해 1.5% 수준에 그쳤다. 올해 인상률은 제도를 도입한 1988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심의하는 과정 역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계는 현 정부 들어 급속하게 오른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로 국내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든 만큼 낮은 수준의 인상률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임기 말을 앞둔 현 정부 체제에서 올해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달성을 위한 마지막 해인 만큼 물러서지 않겠단 입장이다.
양대 노총은 코로나19로 심화한 저소득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보장을 위해서라도 1만 원 인상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노동계 내부에서도 1만 원 인상은 무리라는 의견이 나왔던 점과 비교하면 한층 강경해진 태도다.
노사 대치 속 심의 첫 관문은 공익위원 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는 노·사·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는데, 공익위원 9명 중 최저임금 상임위원을 제외한 8명의 임기가 5월 종료된다.
노동계는 근본적으로 공익위원 구성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노사 의견 대립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위촉한 공익위원들의 표가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공익위원 구성 방식을 노사 및 공익위원 각각이 추천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본격 심의를 앞두고 현 공익위원들이 유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계의 반발은 더욱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는 박준식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이 올해 인상률(1.5%) 등 역대 최저 인상률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사용자 편향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일단 노동계는 공조를 다지는 모습이다.
양대 노총은 최근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정수 조정을 두고 이견을 보였으나 최저임금연대회의를 통해 합의를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그간 제1 노총이었던 한국노총이 관행상 근로자위원 5명을 추천해왔으나 상황이 역전되며 최근 민주노총은 공식 자리에서 5명을 추천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공조는 코로나19 사태로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노노 갈등으로 빚어질 여론 악화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선 민주노총 주장대로 실제 근로자위원 정수 조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란 의견도 나온다. 최저임금위 내 정수 조정이 이뤄질 경우 양대 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각종 정부 위원회 구성도 바뀌어야 한다. 양대 노총의 조직화 경쟁이 과열된 만큼 추후 제1 노총 지위 변화에 따라 이 같은 문제가 번복될 경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노동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그간 각종 위원회 참여 시 양대 노총이 합의를 통해 몫을 결정했는데 매번 조직 규모에 따라 위원 수를 조정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이라며 "또 민주노총의 경우 몫을 늘리면 결국 임금 인상률 결정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만큼 여러 가지를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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