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돌아온 오세훈, 교육 정책 갈등 커지나
10년 전처럼 "복지는 밑으로 내려갈수록 혜택 더 많이"
'보편복지' 조희연 교육감과 관점차 "기싸움 상당할 듯"
"자치구·시의회 여당이 장악…싸우기보다 틀 유지해야"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 도착해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1.04.07. [email protected]
11년 전처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오 시장의 교육철학이 달라 교육청이 추진해온 정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교육계에서는 박 전 시장 당시 서울시와 교육청 간 협력적 구조가 견제 구조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약 11년 전인 2010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자녀에게 줄 예산이 있으면 공교육 강화에 신경써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이슈였던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입장을 묻자 사교육비 절감이 우선이라는 논리로 대응한 것이다.
오 시장의 교육복지 철학은 바뀌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18일 보궐선거를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 "부잣집 아이들에게 주면 그만큼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시장이 되면 무상급식을 바꿀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도 "하후상박, 밑으로 내려갈수록 혜택을 많이 주는 복지를 하겠다"고 답했다.
교육청은 지방교육사무를 집행할 권한을 보장받지만, 올해 기준 세입 예산 37%를 서울시 이전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영향력이 크고,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교육 분야 사업일수록 교육청과 서울시는 마주앉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조 교육감은 2014년 당선 후 6년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파트너십'을 이어왔다. 두 단체장의 관계가 정책 추진에 동력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현재는 초·중·고 전 학년으로 확대됐다. 서울을 '교육혁신도시'로 만들겠다며 2014년 공동 발표한 '서울형 교육혁신지구'는 2019년 서울 25개 전체 자치구가 참여하게 됐다. 30년 된 노후학교를 고치는 '미담학교' 사업도 두 단체장이 손을 맞잡고 제안한 사례로, 교육부의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로 이어졌다.
교육청과 서울시의 교육협력 사업은 올해 4개 분야 38개다. 조 교육감이 2018년 박 전 시장과 맺은 '미래교육도시 서울' 협약에 따른 것이다. 총 예산 1조889억원 가운데 서울시가 3453억원을 분담한다. 여기에 올해 기준 7271억원이 투입되는 초·중·고 무상급식, 416억원이 소요되는 중·고교 입학준비금도 재원 30%를 서울시가 보태고 있다.
시장이 보수로 바뀌면서 교육청과 서울시청의 관계가 예전과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교육청 일각에서는 오 후보가 당장 기존 협력사업을 없던 것으로 돌리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가령 중·고 신입생 전원에게 30만원을 지급하는 입학준비금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청장들이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정책 지원을 중단하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이 될 수 있다.
[서울=뉴시스]김형수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21.04.03. [email protected]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오 후보 입장에서 당장 민주당이 서울시의회를 장악하고 있고, 구청장 25명 중 24명이 민주당 소속이라 생각만큼 공약을 밀고 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진보' 교육청과 '보수' 서울시청과의 갈등 표출은 결국 시간 문제라는 전망도 상당하다. 교육과 복지를 바라보는 두 단체장의 시각이 애초에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교육청이 새 사업을 추진할 때, 기존 사업을 연장하려 할 때 '기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나온다.
교육청은 유치원 무상급식의 예산 분담 비율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시에 태스크포스팀(TF) 구성을 제의할 방침이다. 교육청 안에서는 초·중·고 무상급식과 같이 교육청 50%, 서울시 30%, 자치구 20%로 정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현안을 두고 교육청-시의회-자치구와 서울시가 10년 전처럼 힘겨루기를 벌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서울시가 예산 30%를 투입하던 '서울형 혁신교육지구'의 경우도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른 38개 협력사업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조희연 교육감의 한 측근은 "혁신교육지구는 민·관·학 협의체로 추진한 사업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빠진다고 하면 많은 차질이 있을 것"이라며 "오 후보가 당장 뭔가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지만, 신규 사업을 하려 할 때 건건이 막을 것 같아서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교육청 한 고위 관계자는 "조 교육감은 보편복지에 기본 바탕을 두고 있어 오 후보와는 지향점이 다르다"며 "6월 시의회 예산 심의 과정부터 서울시와의 기싸움이 상당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교육청과 서울시의 협의가 실무선에서 협의가 지지부진하더라도 교육감과 시장의 '핫라인'으로 극적인 합의가 가능했다면, 이제는 정반대로 '될 것도 안 될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른 교육청 관계자는 "박 전 시장과 교육감이 공유하고 교감하는 게 많았는데 앞으로는 염려된다"며 "실무 협의가 안 풀리면 어떻게 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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