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허위진술 요구 의혹…"특가법일수도" 알았나
'정차 후 폭행' 허위 진술 요청 의혹 나와
사실이라면 특가법 가능성 의식했을수도
운전자 폭행·증거인멸교사 적용 가능성
"단순폭행 의도로 읽힌다면 불리하게 작용"
[과천=뉴시스]이영환 기자 = 사의를 표명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1일 오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을 하고 있다. 2021.06.01. [email protected]
사실이라면 이 차관은 자신의 행위가 반의사불벌죄인 단순 폭행이 아닌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을 가능성으로 해석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3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 차관이 택시기사 A씨에게 폭언과 멱살잡이를 하는 지난해 11월 택시 블랙박스 영상에는,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다는 내용의 내비게이션 음성이 담겨 있다. 이후 A씨가 "여기서 내리면 되느냐"고 묻자 이 차관이 욕설을 하고, 이에 A씨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이 차관이 A씨의 목덜미를 잡는 장면이 나온다.
이 차관은 이후 합의를 하면서 A씨에게 블랙박스 영상의 삭제를 요청했고, '차가 멈춘 뒤 뒷좌석을 열고 자고 있던 날 깨우는 과정에서 폭행이 이뤄졌다고 해달라'는 취지의 허위진술을 A씨에게 부탁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이 차관이 이같은 진술을 부탁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 내용이 택시기사가 차에서 내리는 것이 전제라는 점에서 자신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혐의가 적용될 것을 우려해 이를 적극적으로 피하려 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이 차관 측은 관련 보도에 대해 ▲삭제를 요청한 블랙박스 영상은 택시기사가 카카오톡으로 보낸 영상이지 원본 영상이 아니며 ▲진술 내용과 관련해 이야기가 있었지만, A씨는 실제 있었던 대로 운전석에서 멱살을 잡혔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진술 관련 이야기'에 대해 이 차관은 "이런 일은 피해회복을 받은 피해자와 책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가해자 사이에 간혹 있는 일이지만, 변호사로서 그런 시도를 한 점은 도의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택시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실제 있었던 대로 운전석에서 멱살을 잡혔다고 진술했고, 이 진술을 토대로 사건 처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달라고 한 이유에 대해 "택시기사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준 영상이 제3자에게 전달되거나 유포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을 뿐, 블랙박스 원본 영상을 지워달라는 뜻은 전혀 아니었다"며, "더구나 택시기사는 이 요청에 대해 '보여주지 않으면 되지, 뭐하러 지우냐'는 취지로 거절했고, 실제 블랙박스 영상 원본이나 촬영한 영상 원본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사의를 표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 공공범죄수사대에서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 증거인멸 교사 혐의 등 조사를 받고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31. [email protected]
결과적으로 이 차관은 운전자 폭행과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모두 적용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 차관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적용된다면, A씨에게 특정 진술을 요구한 부분이나 경찰의 단순 폭행 결론은 처벌의 가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증거인멸죄에서 '증거인멸 등을 교사한 경우'나 '증거인멸이 사건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등을 가중요소로 본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차가 멈춘 뒤 폭행이 이뤄졌다는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면 차 운전 중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며 "그게 이 차관이 단순 폭행죄를 적용받기 위한 의도가 있었음을 밝히는 정황 증거로 읽힌다면, 이 차관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거인멸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지만, 양형기준상으로는 기본 6개월 이상 1년6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여기서 가중요소가 적용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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