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이 내 딸 만나?" 마구 때린뒤 "땅에 묻겠다"
손발 묶어 승용차 트렁크에 태우고 운전
굴착기로 판 구덩이에 파묻으려 으름장
법원 "사정 있으나 범행 정도 중해" 집유
[청주=뉴시스] 임선우 기자 = 미혼인 자신의 딸과 사귀는 유부남을 마구 때리고 땅에 파묻으려 한 40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충북 괴산에 사는 A(49)씨는 지난해 6월21일 미혼인 자신의 딸이 유부남 B(32)씨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이날 딸과 B씨를 불러 결별을 요구했으나 "잘살아보겠다. 만남을 이어가겠다"는 B씨의 답이 돌아왔다.
이에 격분한 A씨는 B씨를 자신의 집 창고로 끌고가 무릎을 꿇게 한 뒤 나무 의자와 주먹 등으로 마구 때렸다.
A씨는 이날 집으로 돌아간 줄 알았던 B씨가 청주의 딸 집에 함께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B씨를 다시 찾아갔다.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때린 뒤 전선으로 손과 발을 묶어 자신의 승용차 트렁크에 태워 10m가량 운전하기도 했다.
화를 참지 못한 A씨는 B씨를 괴산의 한 공터로 끌고 가 결별 각서를 쓰게 한 뒤 굴착기로 판 구덩이에 들어가 눕게 했다.
그는 B씨의 몸에 굴착기로 흙을 뿌리며 "딸과 헤어지지 않으면 땅에 파묻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B씨는 이날 현장에 찾아온 A씨의 아들과 A씨 친형 2명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뇌진탕 등 전치 3주 상해를 입었다.
A씨는 또 B씨에게 "딸 인생을 망치게 생겼으니 매달 200만원을 20년간 입금하라"고 협박했으나 B씨의 신고로 미수에 그쳤다.
배우자와 자녀까지 있는 유부남이 자신의 딸을 만난다는 사실에 화가 나 주먹을 휘두른 A씨는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청주지법 형사4단독 이호동 부장판사는 특수상해, 감금,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고 9일 밝혔다.
폭행에 가담한 A씨의 아들(23)에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A씨의 친형 2명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이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행의 발생 경위에 비춰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하나 피고인 A씨의 범행은 그 정도가 상당히 중하다"며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 A씨 등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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